홍남기 부총리 "가업상속 부담 커…'10년 유지 요건' 완화하겠다"

"동일업종 범위·개념도 확대 추진…조만간 개선 대책 내놓을 것"
기업 "환영…상속세율도 낮춰야"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히자 기업들은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홍 부총리는 이날 한국방송기자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가업상속 요건이 다른 선진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엄격한 게 사실”이라며 “작년에 인사청문회를 하며 이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보겠다고 약속했고 두 달 전부터 실무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홍 부총리는 “(가업상속공제를 받으려면) 10년간 업종·지분·자산을 유지해야 한다”며 “10년(기준)을 하향 조정하는 방향을 적극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가업상속공제는 대를 이어 기업을 운영하면 상속재산에서 일정액을 공제해 과세표준(세금 부과기준)을 낮춰주는 제도다. 매출 3000억원 미만 중소·중견기업이 받을 수 있다. 혜택을 받으면 10년간 업종 변경이 금지되고 10년간 평균 정규직 근로자 수가 상속 직전 규모를 유지해야 한다. 10년간 상속받은 주식을 마음대로 처분할 수 없고 지분율도 감소해선 안 된다.

공제한도는 업력 10년 이상된 회사는 200억원, 20년 이상 300억원, 30년 이상 500억원이다. 상속 후 조건을 지키지 못하면 혜택받은 만큼 상속세를 토해내고 가산세까지 물어야 한다.홍 부총리는 “급변하는 세계에서 가업을 상속받은 이들이 업종을 확장하는 데 제약이 있다”며 “동일 업종의 범위와 개념을 확대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곡물 제분업으로 상속을 받으면 제분업 외에는 할 수 없기 때문에 빵을 만드는 사업을 못하고 면(綿) 제조로 상속을 받으면 직조업은 할 수 있지만 관련 제품은 생산하지 못하는 등 문제가 있다”고 덧붙였다.

가업상속공제가 활성화된 독일은 조건 유지 기준이 10년이 아니라 5~7년이고, 매출과 상관없이 모든 기업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5년간 가업과 고용을 유지하면 공제율이 85%, 7년 이상이면 100%다. 고용 유지 조건도 인원수가 아니라 총 급여액을 기준으로 한다. 2011~2015년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은 기업이 한국은 연평균 62곳인 데 반해 독일은 1만7645곳에 달한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그동안 10년이란 조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완화해달라고 요구했는데 기업들의 의견이 반영된 것 같아 기쁘다”며 “궁극적으로 65%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실질 상속세율도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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