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삼성 '반도체'…3개월간 '6조원'이 사라졌다

예상보다 빠른 반도체 업황 둔화
4분기 반도체 매출 18.7조, 영업익 7.7조원
수요 약세·계절적 비수기 D램값 추가 하락
"하반기 수요 증가세 기대…장기 전망 어둡지 않아"
우려가 현실이 됐다. 삼성전자 반도체 영업이익이 3개월만에 6조원이 급감한 것. 삼성전자가 31일 발표한 지난해 4분기(10월~12월) 반도체 실적은 매출 18조7500억원, 영업이익 7조7700억원으로 기록됐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직전 분기(매출 34조7600억원, 영업이익 13조6500억원)와 비교해 매출 16조, 영업이익 6조원이 줄어든 것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지난해 4분기(10월~12월) 매출 59조2650억원, 영업이익 10조8006억원을 거뒀다고 공시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1년새 10.18%, 28.69% 줄었지만 연간으로는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43조7714억원, 58조8867억원으로 나타났다. 다만 예상보다 빠른 반도체 시장의 둔화에 우려의 목소리는 높았다. 이같은 흐름이 올 상반기까지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인텔에 '반도체 왕좌'를 뺏길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메모리 의존도가 높은 삼성전자와 달리 비메모리 위주인 인텔은 수요 부진에 따른 매출 변화가 적다. 수요에 따라 제품 가격이 오르내리는 메모리와 달리 비메모리는 수요가 비교적 견고하기 때문이다.

서버·스마트폰용 D램 급감

삼성전자 스스로도 메모리 수요 감소를 실적 부진의 원인으로 꼽았다. 데이터센터, 스마트폰 관련 주요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으로 메모리 수요가 크게 감소해 출하량이 줄었고, 업계의 낸드 공급 확대에 따른 가격하락 영향도 있었다는 설명이다.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여파로 세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IT업체들이 메모리 주문을 줄였다.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구글, 바이두, 알리바바 등 글로벌 업체들이 데이터센터 투자 계획을 미루면서 서버용 D램의 수요가 급감했다.

스마트폰 등 주요 제품의 계절적 비수기에 따른 이미지센서, AP 수요 둔화로 시스템LSI와 파운드리 실적도 하락했다. 계절적 비수기와 미·중 무역전쟁에 따른 스마트폰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스마트폰 관련 고객사들의 재고 조정에 나섰다. 4분기 OLED 패널의 수익성이 악화된 것도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와 관련 있다.

"상반기까지 수요 약세 계속될 듯"업계에서는 1분기까지 삼성전자 반도체 실적이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1분기는 주요 고객사의 재고 조정이 계속되는 가운데, 비수기 영향 등에 따라 전반적으로 수요 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수요 약세와 계절적 비수기가 겹치면서 D램값이 추가 하락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성전자는 고부가 D램 판매를 확대하고 대용량 올플래시 낸드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계획이다.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AP, 이미지센서 판매도 확대해 수익성을 높여 성수기 진입 효과를 누린다는 방침이다.

다행히 반도체 수요는 하반기 개선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올해 실적이 '상저하고'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2분기까지 현재와 같은 흐름이 계속되겠지만 3분기부터는 메모리 시장이 성수기로 접어들게 된다. 여기에 인텔의 CPU(중앙처리장치) 공급 확대,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등이 겹치면서 실적은 회복될 수 있다.삼성전자 관계자는 "연간으로는 성수기 진입 효과와 주요 제품들의 고용량 메모리 채용이 지속 확대되면서 시장 수요가 점차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며 "낸드는 가격 안정화에 따른 전 응용처의 고용량화로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D램의 경우에도 하반기 신규 CPU 출시와 스마트폰 신제품 출시 영향 등으로 수요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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