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방위비·징용갈등…한국외교 시험대 오를 2월

전문가 "방위비 사안 풀며 북미 실무협상에 적극 관여해야"
2차 북미정상회담과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 한일 강제징용 판결 갈등 등 한반도를 둘러싼 대형 외교 이슈들이 고비를 맞이하는 2월, 한국 외교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각각의 사안이 별개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직간접적으로 복잡하게 엮여 있다는 점에서 '고차 방정식'을 풀어나가기 위한 우리 외교의 전략적 움직임이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선 관심을 모으는 것은 2월 말로 예고된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북한과 미국의 관계는 그 어느 때보다 최상"이라고 평가했다.그러면서 그는 "나는 곧(shortly) 김정은을 보게 되길 고대한다"면서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

큰 차이!"라며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출했다.

앞서 미국의 정치전문매체인 폴리티코는 29일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스티븐 비건 미 대북특별대표가 2월4일께 판문점에서 북측 카운터파트와 만날 것 같다고 전했다.이처럼 북미정상회담이 다가오고 있음을 알리는 소식들이 이어지면서 성과를 위한 우리 정부의 대미·대북 조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스몰딜'부터 '빅딜'까지 다양한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정부로서는 이번 회담에서 북미가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의미있고 구체적인 조치에 합의하는 한편, 회담후에도 협상의 동력을 이어가기 위한 포괄적 시간표를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최근 스웨덴에서의 북미회동에 동참한 것을 계기로 수면위로 올라온 한국 정부의 중재 역할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1일 청와대 회의에서 우리는 '구경꾼'이 아니라면서 회담의 성공을 위해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하겠다는 뜻을 밝혔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도 30일 부처 행사에서 '촉진자' 역할을 언급하는 등 회담의 세부 사항이 정해지면 정부 움직임도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SMA) 협상은 2차 북미정상회담과 직간접적으로 연계돼 있다고 외교가는 보고 있다.

지난해 10차례의 협의에도 불구하고 협상이 사실상 원점으로 돌아간 가운데 양측은 최근 고위급 소통을 포함한 다양한 채널을 통해 입장을 조율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방위비 협의가 계속 교착될 경우 주한미군 관련 사안이 북미 정상회담 테이블에 카드로 올라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측이 '정상회담 이전 타결'을 언급하며 두 사안을 연계하기 시작했다는 일부 보도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1차 북미정상회담 직후 한미 연합군사훈련 중지를 갑작스레 언급한 일을 상기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들 중 일부는 주한미군 조정 문제가 북미협상에서 논의될 '리스크'를 줄이는 차원에서 방위비 협상도 2월 중 북미정상회담 개최 전에 타결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내고 있다.

협상 타결 이후 비준 등 국내 절차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하면 2월 중에는 타결이 돼야 미군 부대에서 일하는 한국인 근로자 임금 지급 문제도 큰 문제 없이 해결될 수 있기도 하다.

이처럼 남·북·미 사이 주요 대화 일정이 한국 외교의 2월 '달력'을 채울 것으로 보이지만, 그것 못지않게 당면한 사안은 우리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로 촉발된 한일 갈등이다.

한일 갈등도 2월 중에 변곡점을 맞이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일본 정부는 신일철주금(옛 신일본제철)에 대한 한국 법원의 배상 판결과 자산 압류 결정 관련해 지난 9일 한국 정부에 청구권 협정에 근거한 '정부 간 협의'를 공식 요청했다.

당시 일본이 거론한 양자 협의의 '답변시한'인 '30일'이 오는 2월 8일께 마무리되면 일본은 새로운 방향으로 공세를 펴올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일본은 청구권 협정 3항에 근거해 '중재 절차'로 넘어가는 한편 국제사회 여론전을 통해 한국의 조속한 답변을 요구하고 나설 수 있다.

이와 관련 아직 우리 정부는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를 진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정부는 청구권 협정에 기반 한 공식 협의를 진행하기 보다는 다양한 기존 외교 채널을 활용해 협의를 진행하려는 기류가 우세한 것으로 파악된다.

일본도 과거 우리가 2011년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협의를 요청했을 당시 '위안부 문제는 청구권협정에 따라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며 응하지 않았던 바 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한국을 상대로 연일 강경한 모습을 보이면서 강제징용 뿐만 아니라 국방 당국 간 '레이더-위협비행 갈등'도 장기화함에 따라 양국이 한동안 상황 전환의 계기를 찾기 어렵지 않겠냐는 외교가의 분석이 있다.

하지만, 해리 해리스 주한미국대사가 최근 국방부와 외교부를 잇달아 찾고, 우리 외교부의 미국 담당 당국자가 유엔군사령부 후방기지(주일미군 기지) 방문을 위해 일본에 간 일 등이 알려지면서 미국이 중재 역할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오는 6월 일본 오사카(大阪)에서 열리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가 다가올 수록 한일 양국 모두 '갈등 봉합'의 필요성을 무겁게 여길 여지가 큰 만큼 그 전까지는 어떻게든 분위기가 반등하지 않겠냐는 예상도 있다.

박원곤 한동대 교수는 31일 "일단 방위비 분담 문제를 합의하는 것이 급하다.

이어 레이더·초계기 사안을 일본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박 교수는 또 "당면한 방위비 분담 문제를 풀면서 미국과의 소통을 통해 북미 협상에 우리가 적극 참여해 비핵화 및 상응조치를 촉진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