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괜찮은 비핵화 기회"..."트럼프 북핵 기대치 낮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30일(현지시간)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괜찮은 비핵화 기회(decent chance of denuclearization)”라고 말한걸 두고 논란이 되고 있다. 미 언론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대한 기대치를 낮췄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북한이 핵무기를 모두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날 미 국가정보국(DNI)의 평가를 반박했다. 그러면서 “미·북 관계는 어는 때보다 최상”이라며 “(지금은)괜찮은 비핵화 기회”라고 전했다. DNI는 앞서 보고서를 통해 “북한이 비핵화 협상을 하고 있지만 핵무기를 모두 포기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 인터넷 매체 복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한 ‘괜찮은 기회’라는 표현은 정치권 사람들이 ‘골대 옮기기’라고 부르는 말”이라며 “북한이 핵을 계속 유지할지 모른다는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1차 미·북 정상회담) 뒤에는 ‘더 이상 북핵 위협이 없다’고 한 것과는 다른 어조”라고 지적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대통령이 ‘정보당국 수장들이 틀렸다’고 말하면서도 실제로는 매우 공공연하게 그들의 평가에 가까워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수성향의 이성윤 미 터프츠대 교수는 “(북한 비핵화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가) ‘왔노라, 보았노라, 이겼노라’라는 확신에서 ‘아마도’로 바뀐 것”이라면서 “지금 트럼프 대통령은 쉽게 벗어날 수 없는 정교한 덫에 갇혔고 거기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계속 기준을 낮출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CNN은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의 방미(1월17~19일) 때 비핵화에 아무런 진전이 없었다”고 보도했다. 김 부위원장은 18일 트럼프 대통령,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을 만난 뒤 “우리는 비핵화에 관해 많은 진전을 이뤘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은 CNN에 “김 부위원장의 방미 기간 논의는 전적으로 2차 미·북 정상회담 계획에 집중됐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미국으로부터 종전을 위한 평화협정 약속을 얻어내기 전까지 아무 것도 양보하기를 거부했다”고 말했다.

CNN은 미·북간 실무협상은 2차 미·북정상회담의 공동선언 초안을 맞추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보도했다. 한국과 일본의 자금으로 펀드를 조성해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할 때 이 펀드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