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는 인체를 위한 가구가 아니다

심성미 기자의 가구 읽기

좋은 의자는 인체굴곡과 비슷해야
앉았을 때 척추에 부담 덜 줘
의자는 오랜 시간 ‘권위의 상징’이었습니다. 영어로 한 조직의 장을 ‘체어맨(chairman)’이라고 부르는 것에서 알수 있듯이 말이죠. 산업혁명 이전까지 ‘앉는다’는 행위는 누구나 할수 있는 게 아니었습니다. 현대사회로 넘어오면서 화이트칼라 직종이 늘어난 이후 의자는 평범한 물건이 돼 버렸습니다. 잠자는 시간을 빼면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의자 위에서 보내는 게 현실입니다.

그러나 의자는 인체를 위한 물건은 아닙니다. 의자 권위자인 갤런 크렌츠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건축학과 교수는 저서 《의자》에서 “인간의 몸은 본래 의자에 앉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 인간은 걷고, 서고, 뛰고, 움직이도록 창조됐다. 의자는 우리 몸을 고정시켜서 가둬둔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서 있을 때보다 앉아있을 때 척추에 가해지는 압력이 30%나 증가합니다. 역설적으로 의자가 중요한 이유도 여기서 나옵니다. 가장 좋은 의자란, 앉았을 때 몸 전신, 특히 척추에 부담을 덜 주는 의자입니다. 등받이는 자신의 인체 굴곡과 비슷한 모양일수록 좋습니다. 시디즈 의자 연구소의 김재영 팀장은 “살짝 튀어나온 등부터 들어간 허리, 다시 나오는 엉덩이 부분까지의 S라인에 잘 들어맞는 등받이를 고르는 게 중요하다”며 “자신의 몸의 굴곡에 맞는 등받이가 허리만 잘 받쳐줘도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하더군요.김 팀장은 “특히 골반 바로 위쪽 허리 부분을 단단하게 지지해주는 의자에 앉으면 척추를 서 있을 때 같은 모양으로 유지하기 쉽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 사용하는 의자가 불편하다면 허리 받침대를 따로 구매하는 것도 좋습니다. 또 등받이는 뒤로 살짝 젖혀지는 기능이 있는 게 낫습니다. 40~50분 마다 앉은 자리에서라도 자주 허리를 움직여주는 게 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등받이의 각도는 정 90도보다 살짝 기울어진 115~120도가 적당합니다. 백경일 강북힘찬병원 의무원장(신경외과 전문의)는 “앞으로 기울이거나 정 90도 자세보다 살짝 뒤로 젖히는 자세가 척추 디스크에 압력을 덜 준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이유로 엉덩이가 닿는 좌판 뒷 부분이 아래로 5도 가량 기울어져있는 좌판이 좋은 좌판입니다. 평평한 의자에 앉으면 몸이 앞에 놓인 컴퓨터 모니터 쪽으로 쏠리기 때문이죠.

좌판은 앉았을 때 무릎이 한 뼘 정도 좌석 앞으로 나오는 게 좋습니다. 오랜 시간 앉아있으면서 허벅지 전체를 누르게 되면 혈액 순환에 좋지 않기 때문입니다. 김 팀장은 “의자를 고를 때 또 다른 중요한 기준 중 하나는 ‘체압 분산’”이라며 “체중의 10% 정도 차지하는 팔을 걸칠 수 있는 팔걸이도 중요하다”고 조언했습니다. 팔을 걸쳤을 때 어깨가 들리지 않아야 합니다.

그래도 척추 건강을 위해 의자만큼이나 중요한 건 결국 운동이겠죠. 백 원장은 “일하면서 앞으로 굽히는 근육만 주로 쓰는 현대인들은 허리를 뒤로 펴주는 근력 운동과 척추 기립근 운동을 틈날 때마다 해주는 게 가장 근본적인 요법”이라고 말했습니다.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