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 새 관장에 윤범모 씨

국내 최대 미술관인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에 윤범모 동국대 미술사학과 석좌교수(67·사진)가 임명됐다.

2015년 12월 김종덕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발탁해 첫 외국인 국립현대미술관장으로 취임한 바르토메우 마리 관장이 지난해 12월 13일 임기를 끝내면서 관장 자리는 2개월째 공석이었다. 미술계 안팎에선 마리 관장이 임기 3년 동안 뚜렷한 역량을 보여주지 못해 전문성과 능력, 인품을 겸비한 인물이 뽑힐 것으로 예상해왔다.그런 면에서 윤 교수의 발탁은 누구보다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 교수는 1979년 동국대 대학원을 졸업한 뒤 중앙일보 출판국이 창간한 ‘계간미술’(현 월간미술) 기자로 활동했다. 이후 호암갤러리(삼성미술관 리움 전신)를 시작으로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이응노미술관, 경주솔거미술관 등 여러 미술관 개관 및 운영에 참여했다. 지난해엔 창원조각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기도 했다. 특히 미술평론가로서 이응노, 박생광 등을 새롭게 조명했고 미국에서 은둔하던 국내 최고령 화가 김병기의 국내 복귀를 이끄는 등 작가 발굴에도 힘썼다.

다수 전시를 기획하며 미술계 현장을 누빈 윤 교수는 특히 민중미술 계열과 활발히 교류해왔다. 1980년대 새로운 미술운동을 일으킨 소집단 ‘현실과 발언’ 창립 멤버였고, 1980년대 중반 이후 민족미술협의회 산하 ‘그림마당 민’ 운영 위원으로 참여했다.

미술계 내에서 광폭 행보를 이어 온 그는 과거 여러 차례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예술의전당 초대 미술관장으로 활동하던 1990년 12월 ‘젊은 시각’ 전시를 열었다가 정부의 전시 간섭에 반발해 4개월 만에 사퇴했다. 2014년 광주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에선 책임 큐레이터로 참여했지만, 박근혜 당시 대통령을 풍자한 홍성담의 걸개그림 ‘세월오월’ 전시를 놓고 광주시와 갈등을 빚다 잠시 사퇴하기도 했다.윤 교수는 문체부로부터 1일 정식으로 임명장을 받은 뒤 2021년까지 3년 동안 관장을 맡는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