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열 총재 "美 결정, 시장 안정에 도움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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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떠밀리듯 금리인상 고민했던 韓銀, 한숨 돌려미국 중앙은행(Fed)이 31일(한국시간)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인상 속도를 늦출 뜻을 시사함에 따라 한국은행도 통화정책 운용에 상당한 여유를 갖게 됐다. 국내 실물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등 떠밀리듯 금리를 올려야 하는 고충은 덜게 됐다. 한국의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도 그만큼 희박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FOMC 생각보다 더 완화적"
실물경기·집값에 주력할 듯
이주열 한은 총재(사진)는 이날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은 시장 생각보다 더 완화적이었다”며 “시장 안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반겼다. 이 총재는 이달 초 기자단과의 신년 다과회에서 미국이 금리 인상 속도를 줄였으면 좋겠다는 속내를 털어놨다. 국내 실물경기 상황보다 미국 금리 인상 기조에 맞춰 통화정책을 운용해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럽다는 뜻이다.미국이 이날 ‘추가적·점진적 금리 인상’이라는 문구를 성명에서 삭제하는 등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인 색채를 강하게 드러냄에 따라 한은도 당분간 금리 인상 카드를 집어넣고 관망 모드를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신경 써야 할 외부 요인이 줄어들게 됨에 따라 변수가 단순해졌다고 분석했다. 대표적인 게 실물경기와 집값이다. 올해 상반기 실물경기 추이를 지켜보고 하반기에도 회복될 기미가 없으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기 힘들 것이란 판단이다. 하지만 집값이 지난해처럼 수도권을 중심으로 뜨거워질 조짐을 보이면 한은이 한 차례 정도 인상을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본부장은 “지난해 말 이후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여지가 줄었는데 이날 Fed의 결정으로 더 축소됐다”며 “집값이 지난해처럼 과열돼 금융 불안 논란이 불거진다면 모르겠지만 현 상황에선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박석길 JP모간 이코노미스트는 “당초 한은이 올해와 내년 한 차례씩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봤는데 최근엔 올해만 한 차례 인상하는 것으로 전망을 조정했다”며 “Fed의 행보와 실물경기 흐름 등에 따라 한 차례 인상도 힘들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