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對이란 교역 전담 금융사 설립…美 제재에 반기

미국 반대에도 獨·佛·英 강행
인도주의적 물품 교역부터 시작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 맞서 유럽이 이란과 교역을 유지하기 위해 거래 대금 결제를 전담하는 특수목적법인(SPV)을 설립하는 절차를 마무리했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31일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의 대외 정책을 총괄하는 페데리카 모게리니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지난해 9월 SPV 설립 계획을 밝힌 지 4개월 만이다.

SPV의 정식 명칭은 무역거래지원수단(INSTEX: Instrument In Support Of Trade Exchanges)으로 정해졌다. 이란의 수출 대금을 수입 대금과 상계하는 일종의 물물교환 방식을 따른다.SPV 본부는 프랑스 파리에 두고, 독일 은행 출신 인사가 운영을 맡기로 했다. 프랑스 독일과 함께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 서명한 영국은 감사 역할을 담당할 예정이다. 미국의 압박을 우려해 3개국이 역할을 분담해 책임을 나눴다는 관측이 나왔다. 미국은 이란 경제를 궁지에 몰아넣기 위해 SPV 출범을 완강히 반대해왔다.

3개국이 SPV 지분을 나누고, 다른 유럽 국가들의 참여를 도모할 계획이다. 유럽은 초기 단계엔 식품, 의약품, 의료장비 등 인도주의적 물품을 이란과 교역하는 데 이 금융회사를 활용할 계획이다. 장 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은 “생활필수품 교역에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지난해 5월 일방적으로 JCPOA를 탈퇴하고 대이란 경제·금융 제재를 복원하겠다고 선언하자 유럽은 이란과의 핵 합의를 유지하기 위해 SPV 설립 등을 추진해왔다. 이란 핵 협정은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재임 중인 2015년 7월 미국 영국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 등 6개국과 이란이 맺은 조약이다. 이란이 핵 개발을 포기하는 대가로 6개국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해제하는 것이 핵심이다.바흐람 거세미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30일 러시아 RT와의 인터뷰에서 “유럽 측이 SPV 설립 약속을 어기면 그에 상응한 조치(핵합의 탈퇴)를 고려하겠다”고 유럽을 압박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