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 형성률 98%인데"…충주서 또 구제역 '악몽'

조사 결과 맹신은 '금물'…접종·차단 방역이 최선책

98%를 넘는 항체 형성률에도 충북 충주의 한우 농가에서 구제역이 또 발생, 항체 형성률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일고 있다.수치만 놓고 보면 단 2%의 가능성을 뚫고 구제역이 발생해서다.

축산당국의 항체 형성률 조사 결과를 맹신했다가는 자칫 엄청난 재앙을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1일 충북도에 따르면 도내 축산농가의 구제역 항체 형성률은 작년 말 기준 소 98.7%, 돼지 85.9%에 달한다.전국 평균 항체 형성률(소 97.4%, 돼지 80.7%)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번 겨울 도내에서 처음으로 구제역이 발생한 충주 농가도 작년 9월 백신 접종을 했다.

백신 접종이 6개월마다 이뤄지기 때문에 재접종은 이뤄지지 않았다.이처럼 백신 접종을 하고도 구제역에 걸리는 사태가 발생하자, 결국 '운'에 맡겨야 한다는 황당한 얘기까지 나온다.

2017년 2월 5∼13일 발생한 구제역으로 충북지역 7개 농가의 소 953마리가 살처분됐다.

전국적으로는 충북을 포함해 9개 농가의 소 1천392마리가 도살 처분됐다.짧은 기간에 피해가 확산하자 축산당국은 구제역 백신 접종을 대폭 강화했다.

또 주기적인 항체 형성률 조사를 통해 경과를 점검했다.

항체 형성률이란 검사 대상 소나 돼지 가운데 혈액 속에 항체가 있는 개체 수의 비중을 백분율로 환산해 나타낸 수치이다.

문제는 이런 항체 형성률 조사 방식이 모든 가축의 항체 형성 여부를 일일이 따지는 전수조사가 아닌 표본조사라는 점이다.

'통계의 오류'가 발생할 여지가 크다.

항체 형성률 조사는 4월과 10월 일제 백신 접종 이후 1개월 지나 진행된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검사량을 배정하면, 시도별 사육두수에 비례해 조사가 이뤄진다.

충북의 경우 작년 11월 약 90개 소 사육 농가를 대상으로 검사했다.

도내 소 사육 농가가 모두 6천680가구(23만9천 마리)인 점을 고려하면 표본대상이 지나치게 적다.

자연계 바이러스에 따른 감염 항체를 검사하는 방식 역시 표본조사다.

충북도는 올해 300여개 소 사육 농가를 대상으로 가구당 5마리씩 검사하는 데 그쳤다.

표본대상에서 제외한 소들은 검사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체 형성 여부를 알 수 없다.

결국 조사 한계에 대한 고민 없이 '항체 형성률 90% 이상'이라는 통계만 맹신하다 구멍이 뚫리는 방역의 구조적 허점을 안고 있는 셈이다.

일부에서는 충주의 구제역 발생 농가가 소규모 농가라는 점에서 표본조사에서 제외됐을 가능성이 크고, 백신 접종 후 가장 기초적인 차단 방역에 소홀했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충북도 관계자는 "2017년 구제역 파동 이후 검사량을 늘렸으나 통계의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예방접종만 정확히 하면 소의 경우 대부분 항체가 잘 생긴다"고 말했다.그러면서 "구제역이 발생한 충주 농가를 비롯해 나이가 많은 축산 농민들을 위해 공수의사가 예방접종을 대신해주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