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워싱턴 무역담판 착수…무역전쟁 마침표 찍을까

라이트하이저-류허, 31일까지 백악관에서 장관급 협상
고율관세 전면철회 주목…핵심쟁점은 지재권침해·기술이전강요
미국과 중국이 30일(현지시간) 글로벌 경제의 발목을 잡는 무역 전쟁의 종식을 두고 워싱턴DC에서 이틀 일정의 고위급 협상에 들어갔다.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류허(劉鶴) 중국 부총리를 각각 대표로 하는 미중 협상단 대표는 이날 오전 백악관 아이젠하워 빌딩에서 만나 무역전쟁 타결을 위한 담판에 착수했다.

양측 협상단은 회담장으로 가는 길에 쏟아진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고 곧바로 들어갔다.

지난 7~9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차관급 협상에 이은 이번 장관급 협상은 오는 3월 1일 '휴전 종료'를 앞둔 미중 무역전쟁은 물론 글로벌 경제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특히 역대 최장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경제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악화를 막으려 이번 협상에 더 공을 들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 기간에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의 특사격인 류 부총리와 따로 면담하기로 했다.

미국 협상단 대표인 라이트하이저 대표는 통상 부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복심으로 거론되는 대중국 강경파이며, 중국 측의 류 부총리는 시 주석의 경제 책사로 불리고 있다.31일까지 이어질 이번 협상의 핵심의제는 미국이 '기술 도둑질'로 규탄하는 중국의 불공정 관행에 대한 구조적 해결책이다.

협상에 참여하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부 장관은 전날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지식재산권 침해, 중국에 진출하는 미국 기업들에 대한 중국의 기술이전 강요, 이를 금지할 이행강제 장치 마련 등을 3대 핵심의제로 밝혔다.

그 외에도 중국의 막대한 무역흑자를 초래하는 양국의 무역 불균형, 중국 상품의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위안화 약세 문제와 환율조작 논란도 의제로 포함됐다.므누신 장관은 이날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중국의 양보가 충분하다면 고율 관세가 전면 철회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5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25%,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1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중국은 1천100억 달러어치 미국 제품에 맞불 관세를 물리고 있다.

미국은 오는 3월 1일까지 중국과의 협상에서 합의가 도출되지 않으면 2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에 물리는 관세의 세율을 25%로 인상하겠다고 경고해 사실상 협상 시한을 설정한 상태다.

이번 미중 협상에서 돌파구가 마련돼 고율 관세가 철회되거나 추가관세가 억제된다면 미국, 중국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도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과 미국 등에 수출이 많아 경제의 대외의존도가 높은 한국은 미중 협상에 따른 대외환경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요구한 보조금 삭감, 지식재산권 침해 및 기술 강제 이전 중단 등 핵심쟁점을 둘러싼 이견은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블룸버그 통신은 "므누신 장관은 이번 협상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핵심의제에 대한 간극은 여전히 크다"며 "미중이 더 많은 대화를 나누고 있지만, 협상 전망은 여전히 낮다"고 보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