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회 촉촉히 물들인 이미지, 시각예술로 피어나다

일본 아티스트 미나미카와 시몬(47)과 미국 작가 네이슨 힐든(41)이 다음달 30일까지 서울 청담동 학고재 청담점에서 작품전을 펼친다. 두 작가는 일본 도쿄에 2006년 문을 연 미사코앤로젠갤러리의 전속 작가다. 도쿄와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나미카와는 도시에서 목격한 이미지와 기억을 수집해 캔버스에 옮긴 감각적인 작품, 로스앤젤레스에서 작업하는 힐든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이미지의 생산 과정을 탐구한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 사람의 작업은 얼굴 생김새 만큼이나 다르지만 현대 사회의 분업과 대량생산 과정을 주요 조형 요소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학고재 청담은 닮은 듯 다른 두 작가의 작품 14점으로 전시장을 채웠다.

일러스트 같은 초상화 작업으로 이름을 알린 미나미카와는 잡지 콜라주와 광고나 뉴스, 미술사 속 작품 등 어디에선가 봤음직한 이미지들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대도시의 파사드와 대중문화 속에 무한하게 이어지는 이미지를 포착해 이를 빠르고 감각적인 필치로 풀어낸다. 작업 속에 차용한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같은 이미지들은 우리를 매일 스쳐 지나가는 무한한 파노라마의 정지 화면과도 같다. 작품들은 수채화처럼 보일 정도로 묽다.
미나미카와는 “대개는 스핑크스나 피라미드를 봐도 유구한 이집트 역사 같은 ’진짜 의미‘를 떠올리지는 않는다”라며 “이렇게 우리 시각이 이미지 표면에만 머물 뿐, 본 의미는 전달되지 않고 ’취소‘ 되는 것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힐든은 현대 사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분업과 대량생산 과정에 주안점을 둔다. 캔버스 위에 다른 캔버스를 겹쳐놓고 아크릴 스프레이를 뿌린 뒤 거대한 붓을 휘두르거나, 작품의 흔적을 다른 작품에 반영하기도 한다. 알루미늄판 위에 아크릴로 그린 흔적이 선명히 남아 있는 작품들은 다분히 추상적이다. 현대 산업사회의 제품 생산과 예술작업 간의 차이에 대해 가볍게 질문을 던진 것이라는 게 작가의 설명이다.

우정우 학고재청담 대표는 “미나미카와 시몬은 외부에서 접하는 끝없는 이미지를 포착하고 재현하며, 네이슨 힐든은 이미지의 생산과정에 주목했다는 데에서 가장 큰 차이를 보인다”며 “각자의 관점으로 포착하고 사유한 현대의 모습들을 한자리에 모았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