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위원회' 모자 쓴 김혁철, 북미정상회담 핵심으로 부상

외무성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현재 국무위원회 소속
北, 과거에도 협상대표에 포괄적 기구의 직위 부여
2차 북미정상회담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은 가운데 북한의 김혁철 전 스페인주재 대사가 국무위원회 소속으로 북미 실무협상을 이끌어 주목된다.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는 1일 자신의 카운터파트가 김혁철이라고 처음으로 공식 확인했다.

비건 특별대표는 이르면 4일 북한 측 카운터파트인 김혁철과 만나 2차 북미정상회담 의제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해졌다.

김혁철은 2000년대 초 외무성에 발을 들인 뒤 전략부서에서 근무해오다 2014년 말 스페인주재 대사로 발령 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북한의 잇따른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발사로 2017년 말 스페인에서 추방, 평양으로 돌아온 김혁철은 현재 국무위원회에 소속인 것으로 정부는 파악하고 있다.

김혁철과 접촉해본 외교가 인사들은 그가 핵·핵무기와 관련한 지식이 풍부했다는 점에서 다른 북한 외교관들과 남달랐다고 회상하고 있다.

그는 스페인에 머무르는 동안 국제회의에 참석거나 외신과 인터뷰를 하는 등 각종 현안에 대한 '북한의 입' 역할을 해왔다.이처럼 그동안 외무성에서 활동해온 김혁철을 북한이 국무위원회 소속이라고 밝힌 것은 최고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권한을 위임받았음을 강조하기 위한 뜻으로 풀이된다.

국무위원회는 북한 헌법에 "국가 주권의 최고정책적 지도기관"으로 명시된 국가기구로서 대내외 정책을 포괄적으로 정책을 지휘·통솔한다.

북한은 과거에도 남측과의 협상 자리에 담당 부서 소속이 아닌 인물에게 '책임참사', 또는 '참사'라는 직함을 주고 참여시킨 사례가 종종 있었다.북한 과학백과사전출판사가 2004년 출간한 '조선말사전'을 보면 참사는 "일정부문의 사업을 연구하여 해당 책임일꾼(간부)에게 의견을 제출하는 것을 기본 임무로 하는 직위 또는 그 직위에 있는 사람"이다.

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과거 '국방위원회 서기실 책임참사'로 2014년 10월 판문점에서 열린 군사당국자 비공개 접촉에 나왔다.

2015년 사망한 김양건 전 노동당 통일전선부장도 국방위원회 외교참사로서 2005년 정동영 당시 통일부 장관이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면담하는 자리에 배석했다.

2000년 6·15 남북정상회담 이후 2007년까지 21차례에 걸친 남북 장관급 회담에 남측은 통일부 장관을, 북측은 내각 책임참사를 보냈다.

이를 두고 책임참사는 당 부부장급으로 남한의 차관급에 해당, 격이 맞지 않는다며 논란이 일어 2013년 6월 당국 회담이 무산된 적도 있다.

이처럼 북한은 해당 기관 소속이 아닌 인물에게 포괄적 기구의 모자를 씌워 회담에 내보내 왔다는 점에서 김혁철 전 대사도 북미협상에 내보내면서 정치·외교적 권위를 부여하기 위해 국무위원회 소속이라는 점을 부각했을 가능성이 있다.특히 미국 정부가 대미비난 성명 등을 발표한 최선희 외무성 부상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어 북한의 대미협상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