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시진핑 '빅딜 대좌' 예고…무역전쟁 종전선언 할까

中, 무역 불균형 해소·시장개방 약속했지만 美 "더 내놔야"
'중국제조 2025' 등 난제 수북…中, 기술산업 육성 간섭엔 단호
'美 무역 최고 협상가' 트럼프 결단에 무역전쟁 종전 여부 달려
미국과 중국이 지난달 30∼31일(현지시간) 워싱턴 고위급 무역협상을 통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이달 중 만나 무역 전쟁 종식을 위한 '빅딜'을 모색하기로 의견을 모았다.무역 전쟁 휴전 종료일인 3월 1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양국 정상 간 대좌 계획이 잡힘에 따라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웠던 무역 전쟁이 종식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양국은 이달 중순 중국에서 추가 고위급 협상을 열고 그 결과물을 바탕으로 이달 하순께 중국 하이난(海南)에서 정상 간 회동을 추진하기로 합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단 양국 정상이 강한 협상 의지를 보인다는 점에서 타결 기대감도 다소 커지는 분위기다.트럼프 대통령은 "시 주석과 아마도 한 번 또는 두 번 만날 것"이라면서 "시 주석과 만날 때는 모든 사항이 합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도 류허(劉鶴) 부총리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에서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양측이 협상을 서둘러 조기에 서로에게 모두 유리한 협상 타결이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전 주중 멕시코 대사인 호르헤 과하르도는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협상 과정에 관여한다는 것은 특별히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지난 2년간 우리가 배운 교훈은 미국의 최고 무역 협상가는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고위급 무역협상 직후 미중 양국 정부도 공식적으로 이번 회담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백악관은 회담 종료 직후 낸 성명에서 이번 회담이 "집중적이고 생산적이었다"(intense and productive)고 언급했다.

중국 대표단을 이끈 류 부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을 예방해 "중요한 단계적 진전을 이뤄낸 회담"이었다고 말했다.무역 전쟁 충격으로 급속한 경기 둔화 국면을 맞고 있는 중국은 이번 회담을 통해 미국 측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겠다면서 기한 내 협상 타결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는 평가다.

우선 중국은 미국산 농산물, 에너지·공업 제품, 서비스 상품 구매를 대폭 확대해 무역 전쟁을 촉발한 원인이 된 미중 무역 불균형을 해소하겠다고 약속했다.

류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이미 하루에 500만t씩 대두를 사들이기 시작했다"고 중국 측의 '성의'를 강조하기도 했다.

류 부총리가 미국산 대두의 연간 매입 총량을 밝히지는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농민들을 매우 행복하게 할 것"이라면서 흡족한 반응을 보였다.

앞서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2024년까지 6년에 걸쳐 총 1조 달러어치 이상의 미국 제품을 구매해 대미 무역 흑자를 '0'으로 만들겠다는 제안을 미국 측에 했다고 최근 보도한 바 있다.

아울러 중국은 이번 회담에서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시장개방 확대를 통한 공평한 시장 환경을 조성하겠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중국이 미국 측이 강력하게 요구해온 합의 후 이행 확인 체계 구축에도 기본적으로 동의한 것도 이번 협상의 성과 중 하나로 손꼽힌다.

하지만 미국은 중국 측이 정작 중요한 '구조적 문제'와 관련해서는 별다른 변화의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드러내고 있어 향후 협상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무역 불균형 해소는 '대증 요법'에 불과할 뿐 '중국제조 2025'로 대표되는 중국의 차별적인 산업 지원 정책, 관세·비관세 장벽, 중국 투자 기업에 대한 기술 이전 강요, 사이버 기술 도둑질, 외국 기업에 대한 시장 진입 규제 등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백악관은 성명에서 "중국은 아직도 사이버 도둑질, 중국의 국영 기업에 대한 보조금 지급, 농산물·공산품 시장개방, 환율 문제와 (미국의) 무역 적자와 관련해서 많은 이슈에 대한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면서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 계속 중국을 강하게 밀어붙일 것을 시사했다.

특히 앞으로 협상 과정에서는 양국이 중국의 핵심 미래산업 육성 정책인 '중국제조 2025'를 놓고 격돌할 것이라는 관측도 고개를 든다.

미국은 '중국제조 2025'를 외국 기업을 차별하는 대표적으로 부당한 산업 정책으로 지목해 변경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이 문제와 관련해서 만큼은 국가의 미래가 걸린 기술 산업 육성을 간섭하는 것은 주권 침해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단호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양측 간 의견 접근이 어려운 상황이다.

시 주석의 오른팔 격인 왕치산(王岐山) 부주석은 지난달 23일 다보스 포럼에서 "각국의 주권을 존중하는 가운데 기술 패권을 추구하거나 타국의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중국이 미국에 양보할 수 없는 '마지노선'이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준 것으로 받아들여 진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일 미 상공회의소 관계자를 인용, 중국 측이 이번 워싱턴 협상에서도 정부의 보조금 문제와 관련해서는 진전된 안을 가져오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또 시 주석이 무역 전쟁 종식을 강하게 원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자국 내 비판 여론이 비등할 것을 우려해 지나치게 굴욕적인 양보를 한 것으로 비치는 것은 꺼리고 있다는 점도 최종 협상 타결 여부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으로 손꼽힌다.

일단 중국이 가능하다고 판단한 양보 카드를 대부분 내놓은 상황에서 결국 미중 간 합의 성공 여부는 공세를 주도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달렸다는 지적이 나온다.무역 불균형의 부분적 해소와 중국 시장의 일부 개방 확대, 선언적인 차원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약속 등의 '적당한 전리품'을 챙기고 무역 전쟁 승리를 선언할 것인지, 중국으로부터 '무조건 항복'을 받아내기 위해 전면적 무역 전쟁에 나설지는 결국 그의 정치적 결단의 영역에 속한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