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종전선언 카드 꺼내나…南北美中 4자 '공동화두'로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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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트럼프 종전 준비돼 있다" 언급…이번 2차회담 의제로 거론될 듯
작년 추진하다 제재이슈에 밀려…미국 의회 등의 부정적 여론도 변수이달 말로 예정된 북미 2차정상회담을 앞두고 '종전'(終戰)이 화두로 떠올랐다.미국의 대북 실무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3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준비가 돼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데 따른 것이다.
내주 초 북측 대표인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와 실무협상을 앞두고 이날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학 월터 쇼렌스틴 아·태연구소(신기욱 소장)가 주최한 강연에서다.
비건 특별대표는 "그것(한국전쟁)은 끝났다.그것은 끝났다"고 거듭 강조하고 "우리는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북한 정권의 전복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통령은 지금이 한반도에서 70년간의 전쟁과 적대감을 극복해야 할 때라고 확신하고 있다.갈등이 더는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CNN방송은 이에 대해 "미국이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할 의사가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적대적 행동을 삼가겠다는 비건 특별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틀럼프 행정부의 초대 외교수장이었던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은 2017년 8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른바 '대북 4노(NO)'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정권교체, 정권붕괴, 흡수통일, 그리고 미국의 북한침공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시점'과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북미간에 비핵화 실행조치와 상응조치를 맞교환하는 정상간 담판을 앞둔 시점에서 실무협상 대표의 입을 통해 공개적으로 나온 언급이라는 점에서 예사롭게 보기는 어려워보인다.
특히 드러내놓고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있을 실무협상과 정상회담 테이블에 '종전선언' 문제가 협상카드로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측이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이후 66년째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의 '일시적인 전쟁 중단' 상태를 끝내는 종전선언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전선언 문제는 한동안 북한이 희망하는 초기 상응조치로 거론됐지만 제재완화 문제가 부각되면서 탄력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한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 협상도 적극 추진해 항구적인 평화 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이후 새롭게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종전선언은 바로 김 위원장이 언급한 "평화체제 전환 다자협상'의 입구에 해당한다.
정치적 선언의 의미가 크기는 하지만, 한반도 문제에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진 남북미중 4자가 참여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비핵화 프로세스를 추동해나가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차 정상회담 전후의 흐름을 돌아보면 종전선언의 '여건'은 어느정도 무르익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 자체에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일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백악관에서 만난 뒤 기자들에게 "한국전 종전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는 게 믿어지느냐"며 "싱가포르 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나올 수 있다"고 직접 운을 떼기도 했다.
이와 맞물려 북미가 종전선언에 합의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싱가포르를 방문해 함께 서명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됐다.
하지만 이후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둘러싸고 북미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종전 이슈는 상대적으로 뒷전에 밀렸고 6·12 싱가포르 공동선언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남북은 지난해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추진에 뜻을 모았고, 문재인 정부는 연내 성사를 목표로 전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
이렇게 볼 때 이번에 열리는 2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의 진행방향에 따라 종전선언 카드는 얼마든지 가용한 의제로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회담한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중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남북미중이라는 4자가 참여해 종전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최적의 '외교적 세팅'이 마련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종전선언 자체만으로는 비핵화 협상의 성패를 가를만한 결정적 카드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북한으로서는 종전선언을 희망하기는 하지만, 대외경제를 옥죄고 있는 대북제재의 완화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전선언=비핵화 실행조치'라는 등가성있는 거래는 성사되지 힘들다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이라고 하더라도 미국 의회가 우호적으로 보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다.
종전선언이 단순히 정치적 선언의 의미를 넘어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논의, 그리고 한미동맹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온존하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종전선언은 비핵화 실행조치와 상응조치의 씨줄과 날줄을 엮는 '로드맵'을 그려나가는 협상과정에서 그 실행여부와 시점, 형식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작년 추진하다 제재이슈에 밀려…미국 의회 등의 부정적 여론도 변수이달 말로 예정된 북미 2차정상회담을 앞두고 '종전'(終戰)이 화두로 떠올랐다.미국의 대북 실무협상 대표인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3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 준비가 돼있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한데 따른 것이다.
내주 초 북측 대표인 김혁철 전 스페인 대사와 실무협상을 앞두고 이날 캘리포니아주 스탠퍼드대학 월터 쇼렌스틴 아·태연구소(신기욱 소장)가 주최한 강연에서다.
비건 특별대표는 "그것(한국전쟁)은 끝났다.그것은 끝났다"고 거듭 강조하고 "우리는 북한을 침공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북한 정권의 전복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국의 대통령은 지금이 한반도에서 70년간의 전쟁과 적대감을 극복해야 할 때라고 확신하고 있다.갈등이 더는 지속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CNN방송은 이에 대해 "미국이 한국전쟁을 공식적으로 종식할 의사가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라고 보도했다.
북한 김정은 정권에 대한 적대적 행동을 삼가겠다는 비건 특별대표의 이 같은 발언이 완전히 새로운 것은 아니다.틀럼프 행정부의 초대 외교수장이었던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은 2017년 8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른바 '대북 4노(NO)'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북한의 정권교체, 정권붕괴, 흡수통일, 그리고 미국의 북한침공이 없다는 얘기다.
그러나 지금은 그때와 '시점'과 '상황'이 확연히 다르다고 볼 수 있다.
북미간에 비핵화 실행조치와 상응조치를 맞교환하는 정상간 담판을 앞둔 시점에서 실무협상 대표의 입을 통해 공개적으로 나온 언급이라는 점에서 예사롭게 보기는 어려워보인다.
특히 드러내놓고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앞으로 있을 실무협상과 정상회담 테이블에 '종전선언' 문제가 협상카드로 오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 측이 1953년 7월 정전협정 체결 이후 66년째 이어지고 있는 한반도의 '일시적인 전쟁 중단' 상태를 끝내는 종전선언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종전선언 문제는 한동안 북한이 희망하는 초기 상응조치로 거론됐지만 제재완화 문제가 부각되면서 탄력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정전협정 당사자들과의 긴밀한 연계 밑에 한반도의 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다자 협상도 적극 추진해 항구적인 평화 보장 토대를 실질적으로 마련해야 한다"고 밝힌 이후 새롭게 주목을 받는 분위기다.
종전선언은 바로 김 위원장이 언급한 "평화체제 전환 다자협상'의 입구에 해당한다.
정치적 선언의 의미가 크기는 하지만, 한반도 문제에 가장 큰 이해관계를 가진 남북미중 4자가 참여한 가운데 한반도 평화-비핵화 프로세스를 추동해나가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1차 정상회담 전후의 흐름을 돌아보면 종전선언의 '여건'은 어느정도 무르익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종전선언 자체에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1일 1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을 백악관에서 만난 뒤 기자들에게 "한국전 종전에 관해 얘기를 나눴다는 게 믿어지느냐"며 "싱가포르 회담에서 종전선언이 나올 수 있다"고 직접 운을 떼기도 했다.
이와 맞물려 북미가 종전선언에 합의할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싱가포르를 방문해 함께 서명하는 시나리오도 거론됐다.
하지만 이후 비핵화와 체제보장을 둘러싸고 북미 간의 팽팽한 줄다리기 속에서 종전 이슈는 상대적으로 뒷전에 밀렸고 6·12 싱가포르 공동선언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남북은 지난해 4·27 판문점 정상회담에서 종전선언 추진에 뜻을 모았고, 문재인 정부는 연내 성사를 목표로 전력을 기울였으나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
이렇게 볼 때 이번에 열리는 2차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협상의 진행방향에 따라 종전선언 카드는 얼마든지 가용한 의제로 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회담한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미중 정상회담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어서, 남북미중이라는 4자가 참여해 종전문제를 논의할 수 있는 최적의 '외교적 세팅'이 마련될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종전선언 자체만으로는 비핵화 협상의 성패를 가를만한 결정적 카드가 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북한으로서는 종전선언을 희망하기는 하지만, 대외경제를 옥죄고 있는 대북제재의 완화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전선언=비핵화 실행조치'라는 등가성있는 거래는 성사되지 힘들다는게 외교가의 분석이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긍정적이라고 하더라도 미국 의회가 우호적으로 보지 않고 있는 점이 문제다.
종전선언이 단순히 정치적 선언의 의미를 넘어 주한미군 철수 또는 감축 논의, 그리고 한미동맹의 약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온존하고 있기 때문이다.따라서 종전선언은 비핵화 실행조치와 상응조치의 씨줄과 날줄을 엮는 '로드맵'을 그려나가는 협상과정에서 그 실행여부와 시점, 형식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