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2심서 징역 3년6개월…법원 "위력에 의한 추행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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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심 '무죄' 뒤집고 법정구속도지사라는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받고 법정 구속됐다. 무죄 선고를 받았던 1심 결과가 뒤집힌 것이다. 법원은 정상적인 판단을 할 수 있는 고학력의 성인이더라도 위력에 의한 성폭력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안 전 지사 측은 “전혀 뜻밖이고 예상치 못했던 판결”이라며 즉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法 "정상적 남녀관계 아냐"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등 檢 공소사실 대부분 받아들여
안희정측 변호인, 즉각 대법원에 상고
여성단체 "성범죄 경종 울린 판결"
法 “안-김, 정상적 남녀 관계 아냐”서울고등법원 형사12부(부장판사 홍동기)는 1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추행 및 강제 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더불어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와 아동청소년 관련기관에 5년간 취업제한 명령을 내렸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2018년 2월 수행비서였던 김지은 씨를 서울 및 해외 출장지에서 네 차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2017년 7~8월 김씨를 다섯 차례 추행하고 같은 해 11월 관용차 안에서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한 혐의도 있다. 김씨의 폭로로 안 전 지사는 지난해 3월 도지사직에서 물러났다.
항소심은 사건의 거의 유일한 증거였던 김씨의 진술이 믿을 만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당시 전임 수행비서에게 피고인의 스킨십을 이야기하며 피해를 호소했고, 전임 수행비서도 그 내용을 들었다고 구체적이고 일관되게 진술했다”며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폭로한 경위가 매우 자연스럽고 허위 사실을 지어냈다거나 무고할 만한 동기도 없어 보인다”고 설명했다.안 전 지사가 도지사와 수행비서라는 수직적 관계에서 김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했다는 검찰 측 주장도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건 당시 현직 도지사이자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로서, 별정직 공무원이란 신분상 순종해야만 하고 내부 사정을 쉽게 드러낼 수 없는 피해자의 취약한 처지를 이용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현저히 침해했다”고 지적했다.
동의 없는 성관계인 점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씨가 정식으로 임용된 지 한 달도 지나지 않아 있었던 러시아 출장에서 벌어진 성폭행 혐의에 대해 “서로에 대한 사적 정보를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상황, 안 전 지사는 피해자보다 20세 연상의 유부남인 점 등을 고려했을 때 정상적인 남녀관계가 아니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첫 간음 행위가 이뤄진 다음날 아침 김씨가 안 전 지사가 좋아하는 순두부 식당을 찾아본 행위에 대해 “수행비서로서 업무를 충실히 수행한 것”이라고 봤다.김지은 씨 “고통스러운 시간과 작별”
안 전 지사에 대한 유죄 판결 직후 김씨는 입장문을 통해 “화형대에 올려져 불길 속 마녀로 살아야 했던 고통스러운 지난 시간과 작별하게 됐다”며 “제가 받은 도움을 수많은 피해자와 함께 나누겠다”고 말했다. 전국 158개 여성단체 연합인 ‘안희정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위력의 존재가 곧 행사일 수 있음을 인정해 지위나 권세를 이용한 성범죄 가해자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판결”이라며 “(이 판단을) 최근 이슈 중인 체육계 성폭력 등 다른 성폭력 사건에서도 지켜나가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치권은 야당을 중심으로 “권력형 성범죄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당연한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윤영석 자유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권력형 성범죄 피해자가 숨어서 눈물 흘리는 일은 없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김삼화 바른미래당 수석대변인도 “지위를 이용해 성범죄를 저지른 행위는 결코 용납할 수 없는 중대 범죄”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안 전 지사를 출당·제명조치한 더불어민주당은 1심 판결때와 마찬가지로 논평을 내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김경수 경남지사가 1심 실형 판결과 함께 법정 구속된 지 이틀 만에 안 전 지사의 법정 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술렁이는 분위기다.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던 인사들에게 닥친 잇단 악재가 설 민심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우려가 작지 않다.
신연수/이인혁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