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 완화 이제야 효과?…기업 설 선물 주문 크게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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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화점·마트 매출 10%대↑경기지표 악화에도 불구하고 백화점, 마트 등 유통업체들이 설 대목을 맞아 준비한 선물세트 매출은 지난해보다 1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등 법인의 대량 구매가 크게 늘어났다. 지난해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이 개정되면서 공직자 등에 대한 농·수·축산물 선물 한도가 종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상향 조정된 효과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농·축·수산물 수요가 급증했다. 현대백화점에서 한우를 비롯한 정육 선물세트 매출은 19.3%, 청과는 14.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백화점에서도 청과(15.2%)와 축산(10.5%) 판매 증가율이 10%를 넘었다. 11번가에선 축산물과 수산물 매출이 지난달 20~30%가량 급증했다.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고 있는데도 설 ‘선물 경기’가 호조를 보이는 주된 배경은 ‘김영란법 완화 효과’와 기업들의 단체 주문이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반도체, 스마트폰 등 작년 한 해 수출을 주도한 대기업들이 특히 그렇다.이마트의 경우 국내 제조 공장이 밀집한 지역인 인천 연수점, 경기 안산 고잔점 등 20여 곳의 ‘공단 인접 매장’에서 선물 매출이 급증했다. 작년 12월 13일부터 올 1월 30일까지 이들 매장의 설 선물 매출 증가율은 20~30%에 달한다. 경기 평택점은 이 수치가 32%에 이르렀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기록한 쌍용자동차 등 평택에 있는 기업들이 대량으로 선물세트를 구입한 영향이 컸다. 이마트 전체 설 선물 매출 증가율(9.4%)을 크게 앞섰다.
이마트 관계자는 “올해 설 선물 매출 증가는 법인 고객이 견인하고 있다”며 “법인이 많이 이용하는 사전예약 판매 기간에는 매출 증가율이 40~50%에 달했다”고 말했다.
유통업계에선 작년 초 시행된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령 개정도 한몫했다는 분석을 내놨다. 공직자 등에 대한 선물 한도가 농·축·수산물에 한해 기존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높아진 것이 선물세트의 단가를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신세계백화점에선 5만~10만원대 상품군이 가장 큰 폭 성장했다. 이 가격대 상품의 매출 증가율이 20%를 넘었다.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설은 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이어서 혼란이 다소 있었다”며 “작년 추석 명절부터 선물 수요가 다시 살아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서법군 11번가 신선식품 팀장은 “수입육 세트와 육포세트 등의 판매가 호조를 보여 수입육과 축산 가공품도 30%대의 성장률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자영업자 및 저소득층의 소득 감소와 맞물려 설 선물시장에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100만원이 넘는 초고가 선물세트는 올해 특히 잘 팔리고 있다. 롯데백화점에서 판매하는 135만원짜리 ‘L-NO9 한우세트’는 이미 80% 이상 소진됐다.
반면 온라인쇼핑에선 저가 상품 선호가 더 강하다. 티몬은 3만원 이하 선물의 매출 비중이 44%로, 작년 설보다 11%포인트 상승했다. 1만원 이하 비중은 13%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법인에 비해 가격에 훨씬 민감한 개인은 저가 상품을 더 많이 찾았다는 얘기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