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역수지도 '비상'…1월 내내 적자였다가 막판 이틀간 간신히 흑자 전환

흑자폭 47개월 만에 최저

脫원전 탓 LNG 수입 등 늘며 지난달 13억4000만달러로 감소
정부 "2·3월엔 적자 전환 가능성"
무역수지도 연초부터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다. 흑자폭이 47개월 만의 최저치로 내려앉았다. 수출이 빠른 속도로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달 무역수지는 13억4000만달러를 기록했다. 84개월 연속 ‘플러스’를 이어갔지만 흑자폭은 2014년 2월(8억5000만달러) 후 최저였다.
무엇보다 둔화 속도가 심상찮다. 작년 9월만 해도 96억2000만달러 흑자였는데 12월 43억4000만달러로 줄었고 새해 들어서는 10억달러대로 급감했다. 작년 무역흑자 규모는 월평균 59억달러였다. 산업부 관계자는 “지난달은 29일까지 누적으로 무역수지가 적자였다가 마지막 이틀간 간신히 흑자로 돌아섰다”며 “그나마 월말 수출 물량이 집중됐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무역수지 증가폭이 확 줄어든 것은 반도체와 같은 주력 품목의 해외 판매가 빠르게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수입이 예년 수준을 유지한 점도 무역수지에 악재로 작용했다. 지난해 연말 유가가 급락한 점을 감안하면 수입이 줄어야 하는데 지난달 수입 규모는 예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탈(脫)원전 정책 영향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이 크게 늘면서 국제 유가 하락에 따른 수입액 감소를 상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달 원유 수입액은 56억73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8% 감소했다. 중동산 두바이유 가격이 배럴당 평균 59.1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0.7% 떨어진 데 따른 영향이다. 석유제품 단가 역시 하락하면서 수입액이 같은 기간 15억4500만달러에서 13억4100만달러로 13.2% 줄었다.반면 원자력발전소 연료의 대체재로 꼽히는 가스 수입액은 1년 만에 17.7% 급증했다. 작년 1월 22억2000만달러를 수입했는데, 올 1월엔 26억1200만달러어치 들여왔다. 석탄 수입 역시 같은 기간 2.0% 늘었다.

이달엔 무역수지가 본격적인 마이너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수출입 관계자의 우려다. 수입액이 갑자기 줄어들 여지가 낮은 상황에서 수출 둔화폭은 커지고 있어서다. 더구나 이달은 작년 동기 대비 조업일수가 0.5일(토요일은 0.5일로 계산) 적다. 올해 설연휴 직후엔 ‘샌드위치 평일’(목·금)이 끼어 있어 아예 문을 닫는 수출업체가 적지 않다는 점도 불리한 부분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내부적으로는 일단 2월과 3월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본다”며 “다만 연간 기준으로는 충분히 흑자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무역수지가 적자를 내면 2012년 1월(-23억2000만달러) 이후 약 7년 만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