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정, 징역 3년6개월 선고…1심 판결 뒤집은 '성인지 감수성'

사진=연합뉴스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업무상 위계에 의한 간음죄)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실형이 선고되면서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으로 꼽힌 '성인지 감수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고법 형사12부(재판장 홍동기)는 1일 오후 2시 30분 열린 안 전 지사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한 1심과 달리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의 판단이 바뀐 데에는 '성인지 감수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성인지 감수성(gender sensitivity)'이란 성별 간의 불균형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춰 일상생활 속에서의 성차별적 요소를 감지해 내는 민감성을 뜻한다. 관련 사건에서는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의 입장에서 사건을 바라보고 이해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즉, 넓게는 성평등 의식과 실천 의지, 성 인지력까지의 성 인지적 관점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 용어가 처음 사용된 것은 지난해 4월이다.당시 대법원 제2부는 학생을 성희롱했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은 대학교수가 낸 해임 결정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패소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법원이 성희롱 관련 소송 심리를 할 때는 그 사건이 발생한 맥락에서 성차별 문제를 이해하고 양성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잃지 않아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우리 사회의 평균적인 사람이 아니라 학생이나 여직원 등 피해자와 같은 처지에 있는 평균적인 사람의 눈높이에서 성희롱 성립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적시한 첫 사례였다.

이날 안 전 지사의 항소심에서도 재판부는 “양성평등을 실현하도록 '성인지 감수성'을 잊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언급하며 대법원 판례를 거론했다. 안 전 지사의 1심 재판부도 '성인지 감수성'을 적용했지만 혐의 인정에는 이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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