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두로 대선 대신 '조기 총선' 카드...베네수엘라 반정부 시위 격화

대통령선거 부정 논란으로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조기 총선을 제안했다. 반(反)정부 진영의 지도자이면서 미국 등 서방 국가들에게 임시 대통령 지위를 인정받은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축출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로이터통신은 마두로 대통령이 이날 수도 카라카스에서 열린 친정부 집회에서 “올해 안에 총선을 실시하겠다”고 선언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총선이 2020년 예정된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다. 그는 “부르주아로 이뤄진 국회의 입법권을 재편하고 국민들이 다시 선택할 수 있게 제헌의회를 통해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베네수엘라 국회는 과반수를 야당이 차지하면서 마두로 대통령의 통제를 벗어나 있다. 마두로 대통령은 2017년 친정부 제헌의회를 세워 국회의 입법권을 무력화했지만 최근 과이도 의장이 임시 대통령을 선언하면서 입지가 약화됐다.

미국 등 20여개 국가는 과이도 의장을 이미 베네수엘라의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도 마두로 대통령이 3일까지 대선 재실시 계획을 발표하지 않으면 과이도 의장을 국가 수반으로 인정하겠다고 경고했다. 마두로 대통령이 대선 재실시를 거부하고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면서 국내외 압박은 더 거세질 전망이다.

마두로 정권 퇴진을 촉구하는 시위도 확대되고 있다. 로이터는 “마두로 정권의 동력이 약화된 것을 감지한 경찰들이 시위대의 집회를 눈감아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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