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구치소에서 보내는 양승태·김경수·안희정...구치소 생활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 김경수 지사는 서울구치소行
안희정은 서울남부구치소 "잠 잘 못잘듯...이름대신 수인번호로 불러"
자살예방 CCTV 가동. 쌀밥에 반찬 3가지. 설 당일 떡국 먹어
다른 수용자와 별도 운동장에서 운동, 온수 목욕은 일주일에 한번
TV, 인터넷 등은 제약. 편지와 신문읽기, 변호인 면회로 시간보내
한때 대통령, 대법원장, 대권주자였던 인물들이 연이어 구치소 독방에 수용됐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 등 혐의로 2017년 3월부터 서울구치소에 수용됐고, 올해들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직권남용혐의로, 김경수 경남지사가 업무방해 및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같은 곳에 수용됐습니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성폭력 혐의로 지난 1일 서울남부구치소에 수감됐습니다.
◆ 서울구치소와 남부구치소는 어떤 곳?

서울구치소와 서울남부구치소는 주로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가 수용됩니다. 예전부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나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다가 구속된 정치인이나 고위공무원, 기업인 등 거물급 인사는 서울구치소를 거쳐갔습니다.

기업인 가운데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재현 CJ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이 서울구치소에서 수용생활을 했습니다. 서울남부구치소에선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국정농단 비선실세’최순실씨가 수용된 적이 있습니다.서울구치소 위치는 경기도 의왕시 안양판교로에 있으며 43만㎡규모의 대형 교정시설입니다. 정원은 2200명이지만 통상 이보다 많은 인원이 수감됩니다. 의왕시에 있는 데 서울구치소라고 부르는 이유는 전신이 1908년 ‘경성감옥’이었기 때문입니다. 일제강점기때 ‘서대문형무소’로 불리다 해방후 ‘서울형무소로 이름이 다시 바뀌었습니다.

1967년 ‘서울구치소’란 현재의 이름으로 변경돼 서울 서대문구 현저동에 있다가 1987년 경기도 의왕시로 이전했습니다. 서울구치소나 서울남부구치소 모두 도심내부에 있다가 ‘민원’이 많이 발생해 시 외곽으로 이전했습니다.

1969년 개청한 영등포구치소가 전신인 서울남부구치소는 당초 서울 구로구 고척동에 있었지만 천왕동으로 이전했습니다. 3만6154㎡ 규모로 약1600여명을 수용할 수 있습니다. 4680억원을 투입해 2011년 완공된 신식건물이어서 구치소계의 ‘호텔’로 알려져 있습니다.
◆ 초기엔 ‘잠설쳐’…설 명절 모두 ‘떡국’먹어

구치소 생활은 어떨까요. 자신을 ‘서울구치소 전문가’로 부르는 정청래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7년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구치소 생활을 소개했습니다.

정 전 의원은 “구치소에서 가장 충격적인 순간은 수의를 갈아입을 때”라며 “신체검사를 받고 나서 ‘이게 꿈인가 현실인가’ 라는 생각이 든다. 이 과정이 굉장히 괴롭다”고 말했습니다. 또 “23번! 이렇게 부르지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며 “현실을 받아들이는데는 한 달 정도 걸린다”고 말했습니다.참고로 박 전 대통령의 수인번호는 503번, 양 전 대법원의 수인번호는 1222번입니다. 구치소 들어온 지 얼마동안은 잠을 잘 못이룬다고 합니다. 교정분야 관계자는 “심리적 충격이 상당해 초기에는 밥도 잘 안넘어가고, 잠도 잘 못자 건강이 안좋아지는 경우가 있다”며 “극단적인 선택(자살) 시도를 막기위해 일부 수용자는 CCTV가 설치된 독방에 수용한다”고 말했습니다.

구치소는 매월 요일마다 식단이 정해져 있습니다. 보통 쌀밥에 3가지 반찬이 나옵니다. 구정 설 연휴기간을 서울구치소에서 보내게 된 박 전 대통령과 양 전 대법원장, 김 지사는 설 명절 당일 떡국을 먹게 됩니다.

서울구치소에 따르면 설날인 2월5일 아침 식단이 떡국, 오이양파무침, 김자반, 배추김치이기 때문입니다. 이날 점심은 동태찌개, 계란찜, 시금치무침, 배추김치 등이 나오고 저녁은 콩나물국, 닭조림, 풋고추쌈장, 배추김치 등이 제공됩니다.

서울남부구치소에서 설을 보내게 된 안 전 지사도 설 당일 떡국을 먹습니다. 아침 메뉴는 무어묵국, 깻잎양념무침, 김자반볶음, 배추김치이고, 점심 메뉴는 떡국, 닭다리(장각)구이, 유채나물, 배추김치 입니다. 저녁엔 들깨시금치국, 콩나물밥, 달래간장, 잡채, 무생채 등을 먹게 됩니다.

◆일주일에 한 번 목욕…“수십바퀴 뛰기”운동도

독방의 크기는 박 전 대통령이 화장실을 포함해 10.08㎡(약 3.2평)로 가장 크고, 양 전 대법원장과 김 지사는 60%수준인 6㎡(약 1.9평)입니다. 겨울철 독방 내부는 바닥에 전기판넬이 간헐적으로 작동돼 크게 춥지 않다고 합니다. 다만 온수를 활용한 목욕은 일주일에 한번만 가능합니다. 여름철은 에어컨이 없어 무척 덥다고 합니다. 선풍기도 간헐적으로 작동됩니다.

독방 수용자들에게 하루 1시간가량 운동은 필수입니다. 박 전 대통령, 양 전 대법원장, 김 전 지사 등 유명인사의 경우 다른 수용자들과 따로 혼자서 운동을 합니다. 다른 수용자들로부터 언어폭력을 당하거나 불미스러운 일을 당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운동은 주로 땀을 내서 걷거나 운동장을 수십바퀴 뛰는 것입니다. 교정시설 관계자가 작은 운동장으로 안내하면 수용자들은 빠르게 걷거나 뛰어야 합니다. 교정시설 관계자는 “이재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도 워낙 유명 인사이다보니 아주 작은 운동장에서 따로 운동을 시켰다”며 “한번에 운동장 30~40바퀴 가량을 땀이 흠뻑 나도록 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 신문 애독자로 ‘변신’

구치소에서 유명인사들은 많은 시간을 변호인 접견으로 보냅니다. 미결수 신분은 교정시설내 ‘작업’을 하지 않기 때문에 일과시간 중 변호인을 만나 ‘법적 방어권’을 충분히 준비할 수 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의 경우 한달에 1~2번 유영하 변호사만 면회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지지자들이 보낸 편지를 읽는 데 시간을 할애한다고 합니다.

구치소에 있으면 TV시청은 자유롭지 않습니다. 법무부 교정본부에서 별도로 운영하는 교화TV ‘보라미방송’에서 기존 방송을 편집해 정해진 시간에 일괄적으로 송출합니다. 가끔 월드컵 축구 경기를 보여줄 때가 있는 데, 반응이 좋다고 합니다.인터넷 활동도 자유롭지 못합니다. 대신 신문 구독이나 독서는 자유롭게 할 수 있습니다. ‘신문 읽기’는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알려주는 유일한 통로입니다. 대부분 수용자들은 사회생활을 할때보다 더 꼼꼼히 신문을 읽고 구독도 많이 한다고 합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