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년 감수했네"…트리플 보기 극복하고 '피닉스오픈' 제패한 리키 파울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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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해방구' 피닉스오픈 4타 차 선두 달리다 황당 벌타로 역전패할 뻔리키 파울러(31·미국)는 ‘골프해방구’피닉스오픈에서 준우승만 두 번했다. 이상하게도 운이 따라주지 않았다. 지난해엔 최종라운드에서 선두를 달리다 게리 우들랜드(미국)에게 우승컵을 내줬고, 2016년 마쓰야마 히데키(일본)와 치열한 우승경쟁을 벌이다 연장전에서 분패했다. 2010년엔 헌터 메이헌(미국)에게 막혀 2위에 그쳤다. 피닉스 무승 징크스가 2018~2019시즌에서야 깨졌다.
5번홀 더블보기 이어 11번홀서 공이 해저드로 두 번 굴러떨어져 2벌타
트리플 보기 나오는 위기에도 침착한 타수관리로 통산 5승째 신고
루키 임성재 마지막날 2타 줄여 공동 7위,안병훈은 공동 20위
파울러는 4일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TPC스코츠데일(파71·7261야드)에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웨이스트매니지먼트 피닉스오픈(총상금 71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트리플 보기 1개,더블보기 1개,버디 2개로 3오버파 74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67타를 기록한 파울러는 브랜든 그레이스(남아공·15언더파)를 2타 차로 제치고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2017년 2월 혼다클래식 이후 2년여 만의 우승이자 통산 5승이다. 피닉스오픈 우승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이번 대회에 열한 번째 출전했다. 파울러의 룸메이트인 절친 저스틴 토머스(미국)가 최종일 1타를 잃어 14언더파 단독 3위, 버바 왓슨과 맷 쿠처,체즈 레비(이상 미국)가 12언더파 공동 4위에 올랐다.파울러는 4타 차 단독 선두로 최종라운드에 들어서 어느 때보다 우승 가능성이 높았다. 갑작스런 비바람이 몰아쳐 경기는 녹록지 않았다. 선수들은 물먹어 미끄러운 공과 느려진 그린 탓에 타수를 대다수 까먹었다. 파울러도 마찬가지였다. 5번홀(파4)에선 두 번째 샷이 그린 왼쪽으로 감겼는데,이후 시도한 두 번의 어프로치에도 공은 그린위로 올라가지 못했다. 결국 더블 보기.10번홀(파4)에서야 첫 버디를 잡아내 선두를 겨우 유지했다. 어이없는 참사가 터진 때가 11번홀(파4)이었다. 세 번째 샷이 그린을 타고 굴러가 뒷편 페널티구역인 워터 해저드에 들어간 것이다. 불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공을 드롭한 뒤 그린 경사를 살피러 파울러가 그린 위로 올라간 사이 공이 다시 스스로 굴러내려가 물에 들어가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경기위원은 이 상황에 벌타를 또 매겼다. 올해 개정된 룰에 비춰보면 벌타를 매길 상황이 아니었지만 경기위원은 벌타를 강행했다. 결국 2벌타를 먹은 파울러는 이 홀에서 트리플 보기를 적어낼 수밖에 없었다. 충격이 컸던 탓일까. 이어진 홀에서 다시 보기를 내준 파울러의 순위는 공동 선두. 자신과 7타 차였던 그레이스와 나란히 선두다툼을 시작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닥뜨렸다. 하지만 경쟁자인 그레이스에게도 불운이 찾아왔다. 17번홀(파4)에서 티샷이 왼쪽으로 감기며 물에 빠졌다. 늘 페이드를 치던 그에겐 의외의 사고였다. 이 홀에서 보기를 내준 그레이스가 주춤하는 사이 한 홀 뒤에서 따라오던 파울러는 15번홀(파5),17번홀(파4)에서 잇달아 버디를 잡아내며 재역전에 성공했다.결국 18번홀에서 파를 지켜낸 파울러는 2타 차 우승을 확정하며 천신만고 끝에 잡아낸 자신의 이 대회 첫 우승을 자축했다.
파울러는 “우승이 쉽지 않았다. 날씨가 좋지 않았고 몇 번의 실수도 있었다. 준우승을 많이하면서 긴장감을 갖고 경기를 끝까지 관리해나갔던 게 우승에 도움을 준 것 같다”고 우승소감을 밝혔다.
한국 선수 중에는 루키 임성재(21)가 공동 7위로 가장 높은 순위에 올랐다. 버디 3개 보기 1개로 2언더파 69타를 쳤다. 최종합계 11언더파 273타다. 지난해 10월 투어 데뷔전에서 톱10에 오르며 깊은 인상을 남겼던 임성재는 이후 아홉 번째 대회만에 다시 두 번째 톱10을 기록해 가능성을 다시 증명해 보였다. 사흘동안 9타를 줄여 공동 12위로 최종일에 들어섰던 그는 마지막날에도 순위를 5단계 끌어올리며 퀄리티 라운드로 대회를 마무리해 다음 대회를 기대케 했다. 크리스 스트라우드와 지난해 챔피언 게리 우들랜드(이상 미국)가 임성재와 나란히 공동 7위에 이름을 올렸다.한편 사흘동안 13언더파를 치며 공동 4위에 올라 첫 승을 기대했던 ‘새신랑’안병훈(28)은 마지막날 무려 5타를 잃으며 뒷걸음질쳤다. 10번홀부터 13번홀까지 네 홀 연속 보기를 내준 게 아쉬웠다. 최종성적은 공동 20위(8언더파)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