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장, 일선 판사들이 추천한 '파격적' 법원장을 수용하지 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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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고들 합니다. 판사들도 마찬가집니다. 법원 인사 이동은 매년 초 고등법원 부장판사 이상 고위 법관들과 지방법원 부장판사 이하 일선 법관들로 나뉘어 두 차례 이뤄지는데요. 지난달 28일 고위 법관 인사 발표 후 김명수 대법원장은 법원 내부 전산망인 ‘코트넷’에 원고지 7매 분량의 변(辯)을 올렸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이번 인사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 때문입니다. 각급 법원에 속한 일선 판사들이 법원장을 직접 추천하는 제도입니다. 대법원은 올해 시범적으로 대구지방법원과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추천을 받았습니다. 대구지법은 소속 법관 176명의 설문조사를 통해 손봉기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2기)와 김태천 부장판사(14기), 정용달 부장판사(17기) 등 3명을 후보로 내놨습니다. 의정부지법은 신진화 부장판사(29기)를 단독 후보로 추천했습니다.대구지법에선 후보 셋 중 한 명인 손봉기 부장판사가 법원장으로 임명됐지만 의정부지법원장은 후보군에 없었던 장준현 부장판사(22기)가 임명됐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시범실시 법원에서 수렴된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여 저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의정부지법에서 단독 추천한 신진화 부장판사도 그동안의 근무태도, 성품, 나이, 법원 내외의 평판 등에 비춰 법원장 후보로 손색없기에 보임을 진지하게 고민했다”면서도 “법원장으로서의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상당한 정도의 재직기간과 재판 및 사법행정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두고 김 대법원장이 이번 인사에선 ‘파격’보다 ‘안정’을 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지방법원장 자리엔 연수원 17~18기가 대부분인데, 의정부지법원장 후보였던 신진화 부장판사는 29기라 10기수 이상을 건너뛴 파격 추천으로 관심을 모았거든요. 게다가 의정부지법은 판사 130명, 일반 직원 700명이 근무하는 제법 큰 규모의 법원입니다.김 대법원장의 개혁적 성향으로 미뤄보아 이를 받아들일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결과는 달랐죠. 요즘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법원 상황에 부담감을 느낀 것일까요? 서초동에선 임기 3년 차에 접어든 김 대법원장이 요즘 각종 고민으로 밤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신연수 지식사회부 기자 sys@hankyung.com
이번 인사에서 처음으로 실시한 ‘법원장 후보 추천제’ 때문입니다. 각급 법원에 속한 일선 판사들이 법원장을 직접 추천하는 제도입니다. 대법원은 올해 시범적으로 대구지방법원과 의정부지방법원에서 추천을 받았습니다. 대구지법은 소속 법관 176명의 설문조사를 통해 손봉기 부장판사(사법연수원 22기)와 김태천 부장판사(14기), 정용달 부장판사(17기) 등 3명을 후보로 내놨습니다. 의정부지법은 신진화 부장판사(29기)를 단독 후보로 추천했습니다.대구지법에선 후보 셋 중 한 명인 손봉기 부장판사가 법원장으로 임명됐지만 의정부지법원장은 후보군에 없었던 장준현 부장판사(22기)가 임명됐습니다.
김 대법원장은 코트넷에 올린 글에서 “시범실시 법원에서 수렴된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여 저도 아쉬운 마음이 크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의정부지법에서 단독 추천한 신진화 부장판사도 그동안의 근무태도, 성품, 나이, 법원 내외의 평판 등에 비춰 법원장 후보로 손색없기에 보임을 진지하게 고민했다”면서도 “법원장으로서의 막중한 책무를 수행하기 위해 상당한 정도의 재직기간과 재판 및 사법행정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를 두고 김 대법원장이 이번 인사에선 ‘파격’보다 ‘안정’을 택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옵니다. 지방법원장 자리엔 연수원 17~18기가 대부분인데, 의정부지법원장 후보였던 신진화 부장판사는 29기라 10기수 이상을 건너뛴 파격 추천으로 관심을 모았거든요. 게다가 의정부지법은 판사 130명, 일반 직원 700명이 근무하는 제법 큰 규모의 법원입니다.김 대법원장의 개혁적 성향으로 미뤄보아 이를 받아들일 것이란 관측이 많았지만 결과는 달랐죠. 요즘 안팎으로 혼란스러운 법원 상황에 부담감을 느낀 것일까요? 서초동에선 임기 3년 차에 접어든 김 대법원장이 요즘 각종 고민으로 밤잠을 잘 이루지 못한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신연수 지식사회부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