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보은 인사냐, 고용부 제식구 챙기기냐"

고용노동부 산하 국책 대학인 한국기술교육대 총장직을 두고 후보자 세 명이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습니다. 어수봉 전 최저임금위원장(한기대 테크노인력개발전문대학원 원장)과 이성기 전 고용부 차관, 오용택 한기대 부총장(전기전자통신공학부 교수) 등이 그들입니다. 이번 설 연휴 직후에 열릴 법인 이사회에서 총장이 결정됩니다.

한기대 총장 자리는 두 달 가까이 비어 있습니다. 작년 12월 14일 김기영 전 총장이 물러나자 학교 측은 총장 선임위원회를 구성해 공모에 들어갔습니다. 서류 심사와 면접 등을 거쳐 최종적으로 3배수에 이르기까지 많은 분이 지원했다고 합니다. 총장 연봉은 1억6000만원 선이고, 임기는 4년입니다.처음엔 이 전 차관이 총장으로 유력하다는 얘기가 공공연하게 퍼졌습니다. 고용부 관료 출신(행시 32회)인 이 전 차관은 문재인 정부 초대 고용부 장관 지명자가 낙마하자 생긴 공백을 충실히 메웠습니다. 이후에도 근로시간 단축, 최저임금 인상 등 사안에 직접 발 벗고 나서 고용부 안팎에서 신임을 얻었습니다. 과거 한기대 특임교수를 역임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어수봉 원장이 다크호스로 등장했습니다. 제10대 최저임금위원장을 맡았던 그는 2018년도 최저임금을 전년 대비 16.4% 인상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최저임금 고(高)인상은 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을 대표하는 핵심 정책입니다.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인상한 공이 커서 ‘보은 인사’가 불가피하다는 얘기가 나옵니다.

두 사람 중에 누가 될 지 관심이 집중되는 가운데 오용택 부총장에 대해서도 “안 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들 합니다. 현재 총장 직무대행을 맡은 그는 학교 내부에서 신망이 두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이런 상황이니 이사회 전까지는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죠.한기대 구성원들은 “누가 돼도 좋으나 구설수 없고 능력 있는 분이면 좋겠다”고 합니다. 김기영 전 총장이 작년 국정감사에서 이른바 ‘황제 출장’ 논란을 일으켰던 걸 떠올리는 것 같습니다.

김 전 총장은 비서와 단 둘이 12일간 북남미 출장에 가 세부 내역도 없이 총 4600만원을 사용했습니다. 국회와 여론, 한기대 내부 구성원들에게서 큰 질타를 받았습니다. 한기대가 하루빨리 적임자를 선임해 이런 구설이 아닌 국책 대학으로서의 면모를 보이는 소식들로 존재감을 드러내길 바랍니다.

심은지 경제부 기자 summi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