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종목 분화된 배터리 시장…"LG화학은 전기차, 삼성SDI는 IT"

LG화학, 전기차 배터리 '흑자전환'으로 경쟁사 따돌려
삼성SDI, '무선·웨어러블' 추세에 고용량 소형 배터리 집중
'제2의 반도체'로 불리며 차세대 먹거리로 주목받은 배터리 사업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주력이 분화되고 있다.LG화학과 삼성SDI가 서로 다른 배터리 시장에서 입지를 굳히며 각자의 '주 종목'이 확고해지고 있다.

6일 업계와 증권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선 LG화학이, 소형 배터리 시장에선 삼성SDI가 각각 선전했다.

최근 실적발표에서 LG화학은 지난해 4분기 전기차 배터리 부문에서 매출액 1조원 이상을 기록하며 업계 첫 흑자전환에 성공했다.전체 전지 사업 매출액에서도 전기차 배터리의 비중이 50%에 달했다.

반면 삼성SDI는 지난 25일 실적발표 후 개최된 컨퍼런스 콜에서 "전기차 배터리 단독으로는 단기간에 흑자전환이 어려워 보인다"고 선을 그었다.

4분기 전기차 배터리와 에너지저장장치(ESS)를 모두 포함한 매출액을 봐도 7천억원 수준으로 LG화학에 크게 못 미친다.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2018년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은 LG화학이 10.2%로 전 세계 4위를 차지했고, 삼성SDI는 5.5%로 5위에 올라섰다.

이번 실적발표를 두고 교보증권 손영주 연구원은 31일 보고서에 "선순환 국면 진입의 신호탄"이라고 평가하며 "향후 경쟁사 대비 매출액의 가파른 성장세를 예상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소형 배터리 시장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삼성증권 장정훈 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삼성SDI 4분기 정보기술(IT) 전지 매출액이 1조1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삼성SDI의 전체 전지 사업 매출액에서 약 60%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LG화학의 소형 배터리 매출액은 전체의 40%다.

지난 1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삼성SDI는 주 공급처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사업 덕분에 글로벌 시장에서 소형전지 부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처럼 시장이 양분된 데는 LG화학의 전기차 시장 선점, 삼성SDI의 스마트폰 배터리 판매량 확보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LG화학의 초기 투자가 빨랐고, 전기차 시장이 열리면서 수요가 확대되자 삼성SDI보다 먼저 흑자를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SDI의 경우 배터리 고용량화 전략과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대용량 배터리 수요가 맞물리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LG화학과 삼성SDI는 각자의 주 종목을 강화하는 동시에 다른 부문에서도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적극 투자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B3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58%, 소형 배터리 수요는 17%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 같은 전망에 맞춰 LG화학은 올해 전지 사업에 3조1천억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지난 1월에는 2020년까지 중국 난징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6천억원, 소형 배터리 공장에 6천억원을 각각 투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삼성SDI는 소형 원형 전지 수요 증가에 따라 중국 천진 2공장을 신규 가동할 예정이며,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제품의 소형 배터리 수요 증가로 관련 제품 라인업을 확대할 것이라고 예고했다.이와 동시에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에 6천만 달러(약 670억원)를 투자해 증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