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가치 높여라"…연기금·기관, 상장사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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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드십코드 바람 확산올해 주주총회는 기관투자가의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가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가의 의결권 투자지침)를 도입하면서 기관의 참여가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행동주의’를 표방하는 투자가들은 벌써부터 일부 기업에 주주가치 향상을 요구하며 압박에 나섰다.
3월 주주총회 최대 화두로
배당 적거나 지배구조 불투명
한진칼·대림산업·태양 등 타깃
기관, 주총서 표대결 벌일 수도
확산되는 스튜어드십코드6일 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현재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기관투가자는 국민연금, KB국민은행, KB자산운용을 비롯해 78곳에 이른다.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 35곳도 조만간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하기로 했다.
스튜어드십코드에 기반한 기관들의 주주권 행사도 활발해지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최근 광주신세계에 “2012년부터 투자한 주주로서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민도 사장과 만나고 싶다”는 내용의 서안을 보냈다. 광주신세계는 지난해 4월부터 회사 지분 8.5%를 보유한 KB자산운용으로부터 주주친화책을 줄기차게 요구받았다. 한국투자밸류운용은 지난달 4일 KISCO홀딩스에 중장기 배당정책 수립, 자사주 활용을 비롯한 주주친화책을 검토해달라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하이투자운용은 지난해 4분기에 삼성전자 KB금융 LG유플러스 LG전자 아이마켓코리아 등에 보다 전향적 주주친화책을 검토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국민연금도 스튜어드십코드 도입을 구체화하면서 배당에 인색하거나 지배구조가 불투명한 기업들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투자 기업들 이사 해임 안건을 주주제안 형태로 내놓는 등 적극적 주주권 행사 가능성도 열어 놓고 있다. 주주권 행사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수탁자책임 분야 운용인력 5명을 신규 채용할 계획도 세웠다.
저배당·지배구조 불투명 기업에 압박
행동주의 펀드들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하며 기업과 공방을 벌이고 있다.
도시가스업체 삼천리 지분 7.08%를 보유한 미국계 투자회사 브랜디스인베스트먼트파트너스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주주제안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브랜디스는 지난해 삼천리 주총에서 자사주 소각, 액면분할 등의 주주제안을 했지만 모두 부결됐다. 이 회사는 현재 순자산비율(PBR)이 0.31배로 주가가 극도로 저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으며 자사주 지분은 12.12%에 달한다.
코스닥 상장사인 태양은 최근 미국계 헤지펀드인 SC펀더멘털 등으로부터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개선하라는 등의 서신을 받았다. 이 회사는 부탄가스 브랜드 ‘국민연료 썬연료’로 유명한 업계 점유율 1위 회사다.증권가에서는 배당이 낮거나 지배구조가 투명하지 않은 기업들을 기관투자가의 공략 대상으로 추렸다. KTB투자증권은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코드 본격화와 행동주의 투자자들의 공세 수위가 높아지면서 배당이 낮은 사조산업과 현대그린푸드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조산업은 국민연금이 지분 10.53%를 보유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최근 3년(2016~2018년) 동안 열린 이 회사 정기 주총에서 사내·사외이사와 감사 선임 안건에 매년 반대표를 행사했다. 2017년과 2016년 배당성향은 2.26%, 2.81%에 불과해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대표적인 ‘저배당주’로 평가받아왔다.
현대그린푸드의 경우 국민연금이 저배당 중점관리기업으로 선정했다. 국민연금은 이 회사의 지분 12.82%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의 배당성향은 2016년 5.8%, 2017년 5.5%에 머물렀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