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합병(M&A)으로 기사회생한 일본 기업

자료 사진. 이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습니다.
최근 KOTRA(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가 ‘인수합병(M&A)으로 기사회생한 일본 기업 사례’를 주제로 보고서를 냈습니다. 특히 경영난에 빠진 일본 기업이 M&A 이후 성공한 사례들을 모은 것입니다. 재밌는 사례가 많아 소개합니다.

1960년 설립된 의류 양판점 운영 회사 진즈메이트는 2000년대 이후 계속해서 극심한 영업 부진을 겪었습니다. 2007년 이후 10년 연속 적자를 내면서 기업 존립이 위태로울 지경이었습니다. 2017년 1월, 헬스클럽을 운영하는 회사 RIZAP이 진즈메이트를 인수했습니다. 유명 연예인들의 다이어트나 몸짱 만들기에 성공해 명성을 날렸던 이 회사가 진즈메이트의 지분 64%를 사들였습니다. 이후 진즈메이트는 10년간의 적자에서 탈피,지난해 1억9000만엔의 흑자를 기록했습니다.그 비결은 주된 고객층을 남성에서 여성으로 바꾼 덕이었습니다. 인수 전 진즈메이트의 고객층 중 75%는 남성이었지만 RIZAP은 객단가와 재이용율이 높은 여성 고객을 유치하게 위해 다양한 노력을 했습니다.

RIZAP 측은 "여성고객은 점포가 확 트여있고 개방감이 있어야 안심해서 찾아오는 경향이 있다"며 매장을 전부 리모델링 했습니다. 딱딱한 기존 이미지를 변화하기 위해 기업 로고를 부드러운 느낌으로 바꿨습니다. 여성의류 전문 매장 서브브랜드 'jM'을 새로 열기도 했습니다. 이 같은 노력에 힙입어 진즈메이트의 고객 중 40%가 여성으로 바뀌면서 매출이 확 늘었다고 합니다.

일본 토치기현 놀이시설인 나스하이랜드파크 역시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다가 주차장 운영기업이 인수한 뒤 실적이 크게 개선된 사례입니다. 2000만엔의 적자를 기록한 나스하이랜드파크를 인수한 기업은 일본주차장개발주식회사. 2015년 인수 후 2년 만에 5억엔 이상 흑자를 내는 회사로 탈바꿈한 비결은 경영 효율화 작업에 있었습니다.먼저 직원들에겐 멀티태스크 제도를 도입했습니다. 예컨대 한 직원이 입장권 판매나 놀이기구 운영및 안내, 물품 판매업무 등 다양한 업무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겁니다. 이렇게 하니 시간대나 날씨에 따라 특히 붐비는 장소나 시간대에 인원을 적절하게 배치할 수 있었습니다. 한 직원이 오전 9시엔 입장 게이트에, 12시엔 푸드코트에, 비가 오기 시작하면 실내 놀이시설에서 일하는 식으로 말이죠.

요식업 경쟁기업간 M&A를 통해 기사회생한 사례도 있습니다. 73개 일식 체인점포를 운영하는 아지노민게이는 극심한 경영난에 시달리다가 동종업계인 일식 패밀리레스토랑 기업 사가미 홀딩스에게 2014년 인수됐습니다. 사가미홀딩스가 적용한 방법은 '점포 암행조사.' 손님을 위장한 외부 조사 인력을 각 점포에 파견해 문제점을 도출하고 해결한 것입니다. 예컨대 아지노민게이는 주고객층이 노년층이었기 때문에 양이 적은 단품 메뉴가 많았습니다.

그러나 점심시간에 식당을 찾는 직장인에게는 양이 너무 작아서 만족도가 낮았습니다. 직장인을 위한 푸짐한 세트메뉴를 개발해 성과를 올렸죠. 이 같은 노력으로 인수 전 매년 8억엔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던 아지노민게이는 지난해 3억7000만엔의 흑자를 기록했습니다.보고서를 작성한 고충성 KOTRA 일본 후쿠오카 무역관은 "소개한 사례는 모두 매수기업이 인수 대상기업을 단순한 디딤돌로 여기는 게 아니라 자사의 노하우를 적극 투입해 상생을 이끌어냈다는 게 공통점”이라며 "한국 기업들이 M&A를 추진할 때도 참고할 만하다"고 말했습니다.

심성미 중소기업부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