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회담 진전에 '이목'…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탄력받나

"대북제재 완화되면 경의선·동해선 정밀조사·설계·착공도 가능할 것"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6일 북미 정상회담 일정을 공식 발표하면서 회담 결과에 따라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이 속도를 낼지 관심이 쏠린다.남북은 지난해 정상회담 직후 4·27 판문점 선언을 통해 경의선·동해선 철도·도로 연결 및 현대화 사업에 합의하고 이를 위한 기초 조사를 벌이는 등 사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현재 미국 등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로 북측 도로에 대한 기초조사를 마치지 못했고, 철도 연결사업도 본격적인 공사를 시작하지 못하는 등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달 말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상당한 진전을 보고 이를 바탕으로 대북 제재가 완화된다면 남북 철도·도로 연결사업 역시 제재 장막을 걷고 다시 속도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남북 도로·철도 연결은 한반도 평화·협력의 상징일뿐 아니라 남북 모두에게 경제적 실익을 안겨줄 수 있어 남북이 강한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사업이다.

이 때문에 작년 말 대북 제재로 사업 여건이 무르익지 않은 상황에서도 남북은 도로·철도 연결 착공식을 열며 사업 추진 의지가 확고하다는 것을 확인했다.

북한은 노후화로 제 기능을 못 하는 철도와 도로를 남한의 자본과 기술로 현대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남한은 분단으로 단절된 교통·물류망을 복원해 반도 국가의 위상을 회복하기를 고대하고 있다.

남북 철로가 연결되면 완성되는 한반도종단철도(TKR)는 TSR이나 중국횡단철도(TCR), 몽골횡단철도(TMR) 등을 통해 유럽까지 사람과 물류를 나를 수 있다.
남북은 이미 작년 11∼12월 철도 기초 공동조사를 마쳤다.남북 공동조사단이 함께 열차를 타고 북한 지역의 경의선과 동해선 구간을 돌며 제반 현황을 확인하고 철도망의 전체적인 상태를 점검했다.

현재 북한의 철도는 노반과 레일 등 기반시설이 노후화돼 있고 유지·보수 등 관리가 잘 돼 있지 않아 시속 30㎞ 안팎의 저속 운행만 가능한 것으로 공동조사 결과 확인됐다.

정부는 현재 공동조사 결과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후속 정밀조사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대북 제재로 언제 조사가 가능할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어떤 수준의 대북 제재 완화 조치가 나올지 주목된다.

남북 철로 복원은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신경제구상'과 문 대통령이 제안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한반도 신경제구상은 서해안과 동해안, 비무장지대(DMZ) 지역을 H자 형태로 동시 개발하는 남북 통합 개발 전략으로, 교통망 확보가 전제된다.

문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동아시아철도공동체는 동북아 6개국과 미국이 함께 참여해 유럽의 석탄철강공동체(ESCE) 처럼 경제협력과 안보협력, 역내 평화를 도모하자는 구상이다.

남북 철도 연결이 가시화하면 두 가지 구상이 모두 힘을 받을 수 있다.
남북 철도 연결이 한반도 교통·물류 중추망을 잇는 사업이라면, 남북 도로 연결은 한반도 전역에 모세혈관처럼 퍼진 도로망을 정비하기 위한 시작점이다.

도로 역시 경의선과 동해선 연결이 중심 사업으로 꼽힌다.

경의선 도로는 한반도 서쪽에 있는 1번 국도의 서울과 북한 신의주를 잇는 500여㎞ 구간으로, 분단 이후 서울∼개성을 잇는 구간이 끊겼다.

현대화 사업을 통해 길을 잘 닦으면 부산에서 출발해 서울∼평양∼신의주를 지나 중국으로 빠지는 한반도 핵심 도로망으로 사용할 수 있다.

동해선 도로는 북한의 고성∼회령을 잇는 약 900㎞ 구간이 사업 대상이다.

동해선은 경의선과 함께 한반도를 종으로 잇는 2개 주요 축 중 하나다.

남북은 지난해 8월 경의선 도로에 대한 공동조사를 진행했다.

하지만 동해선은 작년 12월 말 공동조사 대신 고성∼원산 도로 약 100㎞ 구간 현장을 점검하는 수준에 그쳤다.

대북 제재로 인해 북측으로 조사 장비를 반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최근 우리 정부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북측 구간 도로에 대한 남북공동 조사 제재 면제 협의를 마무리해 조만간 동해선 도로에 대한 조사도 이뤄질 전망이다.

남북 조사단은 올해에도 공식·비공식 접촉을 통해 북측 철도·도로에 대한 추가 정밀조사를 협의하고, 기본계획 수립 및 설계 등 후속조치도 추진할 계획이다.국토부 관계자는 "북미협상에 따라 대북 제재가 풀리면 사업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수 있도록 우리가 해야 할 준비를 철저히 하며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