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종 3색'으로 풀어본 스포츠 정신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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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챔피언스' 등 7일 개봉스포츠를 소재로 한 러시아, 일본, 스페인 영화 3편이 설 연휴 직후인 7일 일제히 개봉한다. 피겨 요정과 아이스하키 선수의 짜릿한 피겨 로맨스를 그린 ‘아이스’를 비롯해 육상 선수와 레스토랑 점장 간의 사랑과 꿈을 담은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 정신지체 장애인 농구단과 신경질적인 코치의 훈훈한 이야기를 그린 ‘챔피언스’가 그것이다. 스포츠가 좌절과 재기의 모티프로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 대자본을 투입한 설 영화들보다 한결 가볍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다.
‘아이스’는 러시아 이르쿠츠크 바이칼호의 빙판을 배경으로 어린 나디아가 피겨 요정의 꿈과 사랑을 이뤄가는 이야기다. 어린 나디아의 구부정한 몸과 휘어진 다리를 보고 코치는 자질이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엄마는 “너는 챔피언이 될 거야. 코치님도 네가 재능이 있대”라며 선의의 거짓말을 한다. 나디아는 희망을 품고 남들보다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정상급 선수가 되지만 아이스컵 출전을 앞두고 큰 부상으로 휠체어 신세가 된다. 이때 러시아 최고의 남자 선수 파트너인 레오노프는 그녀 곁을 떠나고, ‘똘끼’ 충만한 아이스하키 선수 사샤가 다가와 재기를 돕는다.영화는 사랑과 성공의 함수 관계를 풀어낸다. 레오노프는 욕망, 사샤는 사랑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인생의 좌절에서 재기의 힘을 주는 것은 사랑이란 메시지다. 격려와 칭찬의 교훈도 빼놓을 수 없다. 엄마의 “재능 있다”는 한마디가 나디아에게 성취의 동력이 된다. 나디아도 남자 친구인 사샤에게 피겨스케이팅으로 전향하도록 힘을 준다.
누리꾼들은 “바이칼호의 아름다운 풍광과 두 남녀의 감동적인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9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이르쿠츠크에 가보고 싶어졌다”는 소감을 남겼다. 제작비 25억원을 투입한 이 작품은 러시아에서 246억원의 티켓 매출을 올려 2020년 속편 제작이 확정됐다.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은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꿈을 포기한 육상부 에이스 아키라와 그녀가 일하는 레스토랑 점장 곤도가 서로를 사랑하며 각자의 꿈을 찾도록 도와주는 이야기다. 일본에서 200만 부 이상 판매된 마유즈키 준의 동명 만화가 원작이다. 두 남녀의 훈훈한 관계뿐 아니라 열망을 담아 트랙을 달리는 장면들이 상쾌한 에너지를 뿜어낸다. 일본 청춘스타인 고마쓰 나나가 중학생 시절의 육상부 경험을 살려 달리기를 사랑하는 소녀로 분했다.‘챔피언스’는 프로농구 리그의 전술코치인 마르코(하비에르 구티에레즈)가 감독과 싸운 뒤 음주 운전사고를 내고 사회봉사 명령에 따라 지적장애인 농구팀 프렌즈의 감독을 맡으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스페인판 코미디 ‘슬램덩크’로 불리는 이 작품은 스페인이 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부문 후보로 출품했다. 승리보다 중요한 건 상대를 존중하는 것이란 가르침을 준다.
유재혁 대중문화전문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