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中 시안 공장 찾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반도체 성장 확신'…中 투자속도 안 늦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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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간 시안 반도체공장 방문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사진)은 올해 설 연휴를 낸드플래시 공장이 있는 중국 산시성 시안에서 보냈다. 삼성의 최대 위협요소가 된 반도체와 중국 시장을 동시에 점검하기 위해서다.
직원 격려하고 中 고위관계자 만나
가격급락에 '투자신중론' 나왔지만
2공장 설립 예정대로 진행키로
▶본지 1월23일자 A1, 17면 참조이번 현장 점검을 통해 ‘반도체 시장 지속 성장’에 대한 이 부회장의 믿음은 한층 더 확고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가 최근 가격 급락으로 촉발된 ‘반도체 투자 속도 조절론’에도 불구하고 시안 공장 투자를 예정대로 진행키로 한 배경이다.해외 현장경영 시동…中 관료도 만나
6일 재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설 전날인 지난 4일 1박2일 일정으로 시안 반도체 공장을 방문했다. 이 부회장은 연휴에도 근무하는 공장 직원들을 격려하고 2공장 건설 현장도 살펴봤다. 반도체담당 임원들과 향후 전략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업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2016년 설과 추석 연휴 때 각각 미국과 인도를 방문하는 등 한국 명절에 해외 생산기지를 돌면서 현지 직원을 격려하고 유력 인사와 비즈니스 미팅을 했다”며 “올 설에는 반도체 가격 급락과 중국 경기 둔화로 위기감이 감돌자 중국과 반도체를 한꺼번에 점검할 수 있는 시안을 첫 해외 출장지로 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출장 기간 중 중국 정부 고위관계자를 만난 것에 주목하고 있다. 현재 삼성의 여러 현안이 중국 정부와 얽혀 있어서다. 중국 반독점당국이 조사 중인 ‘D램 담합’ 의혹이 대표적이다. 중국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은 작년 5월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미국 마이크론 등 세계 3대 D램 메이커를 대상으로 반독점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 밖에 삼성SDI는 시안에 1조원 이상을 투입해 전기차 배터리 2공장을 짓는 방안을 추진 중이고,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중국에 바이오 의약품 판매를 준비하고 있다. 하나같이 중국 정부 협조가 필요한 사업들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뿐 아니라 중국 정부도 소통의 필요성을 느꼈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삼성에 추가 투자를 요청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시안 반도체 투자속도 안 늦춘다
시안 공장은 삼성전자의 유일한 해외 메모리반도체 생산 거점이다. 삼성전자는 2014년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세운 데 이어 70억달러(약 7조9000억원)를 들여 지난해부터 2공장 건립에 들어갔다. 계획대로 되면 내년 시안 공장의 월 생산능력은 약 10만 장(투입 웨이퍼 기준)에서 20만 장으로 늘어나게 된다.
그러나 작년 하반기부터 낸드 가격이 급락하자 ‘투자 속도 조절’ 필요성이 사내외에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낸드(128Gb MLC) 고정거래 가격이 7개월 동안 20%(작년 6월 5.60달러→올 1월 4.52달러) 가까이 떨어진 상황에서 설비 투자를 늘리면 수익성은 한층 더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SK하이닉스가 지난 4분기 낸드부문에서 적자를 낸 것도 속도 조절 주장에 한몫했다.삼성도 이런 점을 감안해 작년 말 시안 1공장에 들여놓기로 한 일부 반도체 생산장비 입고를 늦추고, 2공장 장비 투자도 미루는 계획을 세웠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초 “어려울 때 진짜 실력이 나온다”는 이 부회장의 발언 이후 투자계획을 원상복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삼성발(發) 낸드 치킨게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낸드는 삼성,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빅3’가 세계 시장의 95%를 차지하는 D램과 달리 삼성전자, 도시바, 웨스턴디지털, SK하이닉스 등 5~6개 업체가 경쟁하고 있다.
낸드를 가장 싸게 만들 수 있는 기술력과 출혈 경쟁도 거뜬히 버틸 수 있는 자금력을 갖춘 업계 1위 삼성(시장점유율 41%)이 가격 하락기를 틈타 치킨게임에 시동을 걸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삼성전자가 ‘삼성 생산설비 확충→삼성 낸드 출하량 증가→낸드 시장가격 하락→하위 업체 도산→낸드 시장가격 상승→삼성 낸드 수익성 확대’로 이어지는 큰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는 얘기다.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올 상반기 반도체 시장이 저점을 찍고 다시 날아오를 때에 대비해 투자를 지속하기로 한 것일 뿐 치킨게임을 선언한 것은 아니다”며 “치킨게임이 시작되면 삼성도 엄청난 손실을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상헌/좌동욱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