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제에 밀리고, 고졸에 치이고…'위기' 외친 전문대 총장들
입력
수정
지면A26
취업에 강한 신문 한경 JOB“우리 전문대학은 올해부터 2023년까지 비상체제로 운영해야 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펭귄의 지혜가 필요합니다. 위기가 본격화된 올해부터 생존을 위한 총력전이 될 2023년까지 버텨내야겠습니다.”
현장에서
공태윤 산업부 기자
지난달 25일 서울 양재동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2019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 정기총회’에서 이기우 회장(인천재능대 총장)은 개회사를 통해 ‘위기’란 말을 7번이나 반복했다. 새롭게 총장에 오른 11명을 축하하는 인사 자리에서도 “어려운 시기에 총장에 임명됐다”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이 회장이 언급한 위기는 ‘저출산으로 인한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인 차원의 위기다. 국내에는 4년제 대학 197개, 전문대 136개 등 모두 333개 대학이 있다.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올해 입학정원은 4년제 대학 31만6816명(교육대 포함), 전문대 16만8014명 등 모두 48만4830명이다. 지난해 전체 고교 3학년생 수는 57만661명이었지만 올해는 6만여 명이 확 줄어든 51만241명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학 입학정원보다 고교 졸업예정자가 10만 명 정도 많았으나 올해부터 이 숫자가 크게 줄어든 것이다. 심지어 내년에 고교 3학년이 되는 2002년생은 45만7674명으로 모든 학생이 대학에 진학한다고 해도 대학 입학정원을 채우지 못하게 된다. 특히 2023년엔 입학정원이 39만 명대로 떨어져 전국적으로 정원미달 사태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이유로 전문대 관계자들 사이에선 조만간 전문대에 구조조정 바람이 휘몰아칠 것이라는 말이 심심찮게 돈다. 취업이 잘되는 일부 전문대와 학과를 제외하곤 미달이 속출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다. 4년제 대학에 밀리고 마이스터고에 치이는 ‘낀 대학’ 신세가 됐기 때문이다. 11년째 동결된 등록금에 치솟는 실습 장비값 등으로 한계상황에 다다른 경영 상황도 구조조정을 재촉하는 요인이다. 하지만 이런 피해를 고스란히 학생들이 본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 전문대 관계자는 “선의의 학생 피해자를 막기 위해 하루빨리 ‘출구전략’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침 이날 정부는 2022년까지 전문고 취업률을 60%까지 올리겠다고 발표해 참석한 전문대 총장들의 얼굴을 더욱 어둡게 했다.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