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남은 대기업 상반기 공채…주요 기업 채용 트렌드 살펴보니

취업에 강한 신문 한경 JOB

삼성, 계열사별 공채·현대車, 수시 채용·현대重, 추천제로 뽑는다

사라지는 '그룹 공채'
수요 생길 때 소규모로 인력 충원
인턴십·수시채용 비중 점점 늘어
그룹 공채 유지는 SK·롯데·CJ뿐

은행은 채용 年 1회로 축소 추세
이공계·디지털 인재 선호도↑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30일 수소전기차 11개 직무에서 신입·경력 수시채용을 시작했다. 지난해엔 3월 대졸 공채와 함께 수시채용을 한 것과 대조적이다. 작년부터 현대차는 신입사원도 수시채용에 비중을 두면서 뽑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필요 인력을 충원하기 위해선 공채보다 수시채용이 적합하기 때문”이라며 “앞으로도 필요한 분야는 수시채용으로 뽑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인 현대미포조선도 1월 중순 설계·생산분야 신입채용을 했다. 3~4년 전만 해도 상·하반기 대졸공채로 신입채용을 해오던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조선업 불황에 모기업인 현대중공업도 공채보다는 조선학과가 있는 각 대학 졸업예정자를 대상으로 최근 2년간 추천채용을 해왔다.

대기업에서 ‘그룹공채’가 사라지고 있다. 주요 기업은 그룹 공채보다 계열사 공채 또는 수시·추천으로 신입사원을 뽑는 방식으로 채용 제도를 바꾸고 있다. 업종 불황으로 인력 수요가 줄어든 기업이 대규모 공채보다 ‘소규모 채용’을 선호하고 있고, 여기에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 분야에선 석·박사급 추천채용이 공채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올해 기업 51.2%가 신입 공채 때 인턴, 경력직 수시채용도 함께 하겠다고 밝혔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3월 상반기 공채시즌을 앞두고 주요 기업의 채용 트렌드를 살펴봤다.삼성·현대차도 계열사별 신입채용

대기업 신입채용은 그룹에서 채용 수요를 파악해 한꺼번에 채용하는 ‘그룹공채’에서 계열사별로 신입공채를 하는 ‘계열사별 공채’로 바뀌는 추세다. 지난해 상반기엔 삼성, 현대자동차, LG, 한화그룹이 계열사별 신입채용을 했다. 그룹 차원에서 신입공채를 한 그룹은 SK, 롯데, CJ 정도였다. 각 그룹은 계열사 공채를 하더라도 채용공고, 지원서 접수, 필기시험 등은 지원자 편의를 위해 채용 홈페이지에 공지하고 있다.

삼성은 2016년까지 그룹 미래전략실 주도로 그룹공채를 해왔다. 하지만 2017년 초 미전실이 해체되면서 계열사 공채로 바꿨다. 서울의 한 대학 취업센터장은 “삼성 미전실의 해체로 계열사 채용이 이뤄지면서 규모가 줄어든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삼성이 그룹채용을 할 땐 일정 규모 채용을 계열사별로 강제 할당했지만 컨트롤타워가 사라지면서 각사가 필요한 인력만 뽑기 때문이라는 것이다.현대차는 인턴십·수시채용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2013년부터 매년 상·하반기 두 차례 해오던 현대차 신입공채 설명회 ‘잡페어’도 작년 하반기엔 열지 않았다. 현대차의 이런 채용 흐름에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현대글로비스 등의 계열사도 올해부터 공채보다 수시채용으로 인재를 뽑으려는 움직임이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의 한 인사담당자는 “그룹 주력 기업인 현대차의 채용 방식을 계열사도 따라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상·하반기 공채 외에 두 차례 수시채용으로 필요한 인재를 선발했다. 하지만 최근 2년간 채용을 늘려온 반도체기업도 반도체 경기가 불투명해지면서 채용을 지속적으로 늘릴지는 미지수다.

중견·중소기업은 각 대학 취업센터에 추천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필요인력을 충원하기도 한다. 서울 상위권 대학의 한 취업팀장은 “상반기 대졸공채가 마무리되는 4~5월에는 중견기업의 추천 요구가 많이 들어온다”며 “이 때문에 상반기 수시 추천채용 입사자 규모가 공채 입사자 규모와 비슷할 정도”라고 말했다.은행, 상경계보다 ‘이공계 선호’

은행들은 채용도 ‘선택과 집중’ 방식으로 하고 있다. 3~4년 전까지만 해도 은행은 상·하반기 2회 공채를 했으나 핀테크(금융기술)와 영업점 축소 등의 영향으로 인력 수요가 줄면서 채용도 연 1회로 줄이는 추세다. 지난해 485명의 신입사원(대졸+특성화고)을 뽑은 국민은행은 하반기에 집중채용을 했다. KEB하나은행은 지난해 합병 후 최대 규모인 500명을 하반기 몰아서 선발했다. 한 시중은행 인사담당자는 “한번 채용공고를 내면 1만 명 안팎의 지원자가 몰려 절차를 밟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든다”며 “이듬해 2월 졸업예정자의 지원이 많은 하반기에 채용을 집중하려 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은행들의 채용 트렌드는 ‘블라인드·필기시험·디지털’로 요약된다. 잇단 채용 비리로 구설에 오른 은행은 서류전형을 간소화하면서 가급적 많은 지원자에게 필기시험 기회를 주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국민은행은 8000명, 신한은행은 6000명, KEB하나은행은 7000명 등 최종 선발인원의 20~30배수에 필기시험 기회를 준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인드 채용 도입으로 지원자 정보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서류전형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은행의 이공계 디지털 인재 우대 현상도 계속된다. 국내 시중은행 6곳은 지난해 3505명의 신입 직원 중 디지털 인재 530명을 뽑았다. 한 시중은행 인사팀장은 “인터넷은행의 등장과 모바일 뱅킹 확산으로 디지털 인재 수요가 늘고 있다”며 “컴퓨터공학과 등 이공계 학생이 은행권에 많이 지원할 것”을 당부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