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아마존·MS…자고 나면 바뀌는 美 시총 1위

부동의 1위 애플 주가 빠지며
두 달 새 일곱번 '왕좌' 뒤집혀
미국 뉴욕증시에서 시가총액 1위 자리 탈환을 위한 ‘왕좌의 게임’이 펼쳐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초순까지 7년 이상 시총 1위 자리를 지킨 애플 주가가 추락하면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1위를 되찾으려는 애플과 신흥 강자로 떠오른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의 3파전이 계속되고 있다. 뉴욕증시에서는 지난 2개월 동안 시총 1위 기업이 일곱 차례나 바뀌기도 했다.
5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애플은 뉴욕증시 개장 직후 주가 상승에 힘입어 약 2개월 만에 시총 1위 자리를 탈환했다. 하지만 오후 들어 주가가 상승한 MS에 밀려 시총 1위 자리를 다시 내줘야 했다. 이날 MS는 시총 8226억달러(약 920조5000억원)를, 애플은 그보다 조금 못한 시총 8213억달러를 기록하며 거래를 마쳤다. NYT에 따르면 뉴욕증시에서는 시총 1위 기업이 지난해 12월부터 이날까지 약 2개월 동안 일곱 차례 바뀌었다.2011년 8월 당시 최대 시총을 자랑하던 엑슨모빌을 제친 이후 애플 시총은 지난해 12월까지 7년이 넘는 기간 동안 줄곧 1위를 유지했다. 그러던 중 부진한 실적 전망을 내놓은 애플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애플과 아마존, MS의 시총 1위를 향한 레이스가 시작됐다. 애플 이후 지난해 말까지 MS가 차지했던 시총 1위 자리는 지난 1월 초 아마존에 넘어갔다. 아마존과 MS는 그 이후로도 몇 차례 순위가 뒤바뀌는 접전을 이어갔다.

NYT는 몇 주간 상장사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가 집중되면서 기업들의 희비가 갈린 것으로 분석했다. 아마존은 지난달 31일 30억달러에 달하는 역대 최고 수준의 분기 순이익을 발표했다. 하지만 올해 실적 전망치가 시장 기대에 못 미쳐 장외에서 주가가 5% 가까이 폭락했다.

반면 애플은 중국에서의 판매량 감소 등을 이유로 부진한 실적을 발표했다. 하지만 시장 예상치보다는 나은 실적을 보여 주가가 오히려 반등했다. MS도 견조한 실적 발표로 인해 주가가 상승세다.한편 미국 기술주 가격이 부풀려졌다는 시장 인식도 뉴욕증시 시총 1위 쟁탈전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아마존의 주가수익비율(PER)은 현재 70~80배로 뉴욕증시 상장사 평균인 14.5배 수준을 크게 웃돌고 있다. 이마저도 2017년 250배였던 것과 비교하면 개선된 것이다. PER이 높으면 기업 이익에 비해 주가가 높게 평가돼 있으며, 반대로 PER이 낮으면 이익에 비해 주가가 낮게 평가됐다는 의미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