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코노미] 강남 랜드마크 속속 경매 등장…4억 떨어져도 응찰자 '0'
입력
수정
1회 유찰은 기본…1·2등 응찰가 수억원 차이올해 들어 서울 강남권 인기 아파트가 법원 경매시장에서 줄지어 감정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낙찰되고 있다. 경매시장에 나오기만하면 감정가를 크게 웃도는 가격에 낙찰되던 작년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강남권의 10억원 이상 고가 아파트들은 기본적으로 한차례 이상 유찰되고 있다. 경매 참여자도 지난해 호황기 대비 절반 수준으로 줄어들었다.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경매는 매매시장의 선행지표로 통한다”며 “경매시장 분위기를 보면 서울 강남권 아파트값이 추가하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선행지표 내리막에 집값 추가 하락 여부 관심
◆시세보다 4억원 낮아도 응찰자 ‘0’서울 동부지방법원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경매가 이뤄진 송파구 신천동 진주아파트 전용면적 81㎡가 감정가 13억3000만원에 진행된 1차 경매에서 유찰됐다. 재건축 대상 아파트인 진주아파트는 사업 추진이 빨라 재건축 초과이익환수를 피한 단지다. 가장 최근 이뤄진 매매거래금액은 17억5000만원(지난해 10월)이다. 작년 10월 시세보다 4억원 이상 싼 금액에 입찰이 진행됐지만 응찰자는 한 명도 없었다. 이 아파트는 오는 3월 18일 최저가 10억6400만원에 2차 경매될 예정이다.
지난달 16일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퍼스티지 전용 84㎡도 감정가 23억원에 경매가 진행됐으나 응찰자가 없었다. 지난해 9월 27억원에 거래된 후 4개월째 새로운 거래가 없다. 당시 거래금액보다 4억원 싼 감정가이지만 강남 아파트 거래절벽 현상 속에 응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오는 3월 6일 진행될 2차 경매 최저가는 18억4000만원으로 10억원대로 떨어진다.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는 전용 205㎡, 전용 138㎡ 두 건이 모두 첫 경매에서 유찰됐다. 전용 205㎡는 감정가 25억원으로 현 매매호가 27억~33억원에 비해 저렴한 수준이다. 그러나 마지막 거래가 2017년 9월(19억원)일 만큼 최근 1~2년 동안 실거래가 드물었다. 2차 경매는 이달 26일 최저 20억원으로 시작된다. 전용 138㎡도 감정가 16억1700만원에 1차 경매서 유찰되고 오는 21일 최저가 12억9360만원에 2차 경매를 실시한다. ◆1회 유찰은 기본…1·2등 응찰가격 수억원 차이
올해 들어 강남권 아파트들은 첫 경매에서 1회 유찰이 기본으로 이뤄지고 있다. 2회 경매에서 낙찰되더라도 감정가 밑인 80~90%대에서 낙찰가격이 정해졌다. 지난해까지는 2회 경매에서도 감정가 이상의 낙찰가격을 종종 볼 수 있었다.강남구 삼성동 아이파크삼성 사우스윙동 전용 195㎡ 아파트는 지난해 진행된 1차 경매서 유찰된 뒤 지난달 3일 진행된 2차 경매에서 감정가의 94%인 45억5300만원에 낙찰됐다. 이 주택형의 2017년 6월 실거래가격인 45억5000만원과 비슷한 수준이다. 지난해 8월 같은 주택형이 역대 최고가인 62억원에 거래된 것에 비하면 17억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청담동 이편한세세상 청담4차도 전용 136㎡도 감정가(19억5000만원)의 86.15%인 16억8000만원에 낙찰됐다. 마지막 실거래가격인 2017년 6월 13억7000만원보다는 높지만 현재 매매 시세(17억~18억원)보다는 낮다. 응찰자 수도 줄었다. 지난달 21일 진행된 송파구 신천동 파크리오 전용 42㎡는 1회 유찰 후 2차 경매에 1명이 단독으로 응찰했다. 감정가(7억4500만원) 대비 86%인 6억4070만원에 낙찰받았다. 지난달 14일 신천동 주상복합인 롯데캐슬골드 전용 244㎡의 2차 경매도 단독 경매로 진행됐다. 입찰자는 감정가(40억1000만원) 대비 82%인 32억8000만원에 아파트를 낙찰받았다.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되더라도 다른 응찰자와 가격 차이가 나는 경우가 많다. 올해 진행된 강남권 아파트 중 유일하게 감정가보다 높은 가격에 낙찰된 아파트는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선수기자촌 아파트다. 지난달 14일 진행된 경매에서 이 아파트 전용 136㎡는 4명이 입찰해 감정가(15억원)의 110%인 16억5220만원에 낙찰됐다. 하지만 최고가를 써낸 1등과 나머지 응찰자의 응찰가격 차이가 1억원 가량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경매에 나왔지만 유찰됐던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 아파트 전용 83㎡도 지난달 23일 최초 감정가 20억9000만원의 96% 선인 20억110만원에 낙찰됐다. 2차 경매에서는 5명이 응찰했다. 경매업계에 따르면 이중 최고가를 써내 낙찰된 1등과 2등의 응찰가격 차이가 3억원 가량 났다. ◆집값 추가 하락할까…설 이후가 분수령
경매 업계에서는 올해 집값 추가 하락을 예상하는 분위기가 커지면서 경매시장에서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그동안 감정가가 시세보다 저렴하다고 여긴 투자수요가 몰리며 높은 낙찰가율을 기록했지만 올해 들어 시세가 떨어지면서 감정가와 비슷해졌다”면서 “여기에 10억원대 이상의 고가, 대형 아파트는 투자자금 부담도 크고, 수요층도 많지 않아 유찰되거나 낙찰되더라도 단독으로 진행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유주택자의 신규 대출이 차단됐고, 공시가격 현실화 등으로 다주택자 보유세 부담이 커지면서 투자수요도 줄어들었다.
탱크옥션에 따르면 올해 1월 서울 아파트의 평균 낙찰가율은 101.9%다. 아파트 낙찰가율이 가장 높았던 지난해 1월은 114.35%에 달했다. 응찰자 수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서울지역 아파트의 평균 응찰자 수는 지난해 9월 12.8명을 기록하다 10월 7.5명, 11월 5.3명 등으로 줄었다. 올 1월은 4.34명이다. 특히 강남구의 낙찰가율이 90%대로 떨어졌다. 지난달 강남구의 아파트 낙찰가율은 91.97%로 지난해 1월 328.44%에 비해 대폭 떨어졌다.
주춤하는 서울 아파트 경매시장은 설 연휴 이후를 기점으로 반등할지, 더 침체될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강 대표는 “강남 20억원대 이상 아파트가 유찰되기 시작해 최근에는 10억원대도 유찰이 빈번하다”면서 “설 연휴 이후 10억원 미만의 아파트까지 유찰이 이뤄지면 아파트 경매시장의 하향 기조가 상반기 내내 이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설 연휴가 지난 2월에는 강남구 청담동 청담삼익 아파트 전용 97㎡(감정가 16억8000만원), 삼성동 진흥아파트 전용 207㎡(26억원), 압구정동 한양아파트 전용 78㎡(18억4000만원), 개포동 현대아파트 전용 163㎡(22억2000만원) 등이 첫 경매를 기다리고 있다.
윤아영 기자 youngmon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