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지 공시지가도 10% 가까이 오를듯…"젠트리 부작용" 우려도

전국 9.5% 상승할 듯…서울 14.1%·수도권 10.5%
지자체는 하향 요청 많아…신도시 후보지 등에서는 인상 요구도
정부의 부동산 가격 현실화 정책으로 조만간 발표될 예정인 전국 표준지의 공시지가가 작년에 비해 10% 가까운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표준지 공시지가는 앞서 발표된 표준 단독주택처럼 그동안 시세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한 토지를 중심으로 상당폭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자치단체들이 전반적으로 급격한 상승세에 우려를 표명하는 가운데 신도시 등 토지개발이 이뤄지는 곳은 오히려 공시가격을 올려달라는 의견을 내고 있다.

서울 성수동 등 일부 지역의 공시지가 상승은 원주민이 외부로 쫓겨나가는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전국 9.5%…서울·광주·부산·제주 순 예상
7일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전국의 표준지 공시지가 상승률은 9.5%로 예상된다.

서울이 14.1% 올라 시·도 가운데 상승률이 가장 높고 경기도는 5.9%, 인천은 4.4% 상승률을 보여 수도권 평균은 10.5%로 전망됐다.

이는 감정평가사들의 평가 내용을 토대로 산출된 수치로 지자체 의견청취 등을 거쳐 중앙부동산가격심의위원회에서 최종 확정되기 때문에에 이달 13일 정부의 공식 발표 전까지는 유동적이지만 전체적인 경향은 가늠할 수 있다.서울 안에서는 강남구(23.9%), 중구(22.0%), 영등포구(19.9%), 성동구(16.1%), 서초구(14.3%), 용산구(12.6%) 순으로 지가 상승률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강남구 삼성동의 현대차그룹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부지는 ㎡당 4천만원에서 5천670만원, 송파구 신천동 제2롯데월드몰 부지는 4천400만원에서 4천600만원으로 오르는 등 강남권 고가 토지의 공시지가가 일제히 오를 전망이다.

중구에서는 명동8길 네이처리퍼블릭 부지가 9천130만원에서 1억8천300만원으로, 명동2가 우리은행 명동금융센터 부지가 8천860만원에서 1억7천750만원으로 각 100% 넘게 상승하는 등 작년의 2배 이상 오르는 곳이 속출할 예정이다.시·도 중 서울 다음으로 상승률이 높은 곳은 광주(10.7%), 부산(10.3%), 제주(9.8%), 대구(8.5%), 세종(7.3%) 순인 것으로 파악됐다.

개발 호재가 많고 최근 땅값이 꾸준히 오른 부산 중구(17.2%)·진구(16.3%)·해운대구(12.8%)·서구(11.9%), 대구 수성구(11.9%) 등지는 10% 넘는 상승률을 보일 것으로 예측됐다.

지역 경기가 좋지 않아 최근 땅값이 많이 내려간 울산(5.4%), 경남(4.7%), 전북(4.4%) 등지도 4∼5%대 상승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 "땅값 너무 올라 부담된다…젠트리피케이션 우려도"
정부는 보유세 등 조세 형평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 근거가 되는 표준지 공시지가를 정상화하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실거래가가 급등했는데도 공시지가에 그 상승률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땅에 대해서는 최대한 올려 다른 부동산과 형평성을 바로잡겠다는 취지다.
감정평가사들이 가져온 공시지가 안을 심의하는 지자체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에서는 정부의 취지를 수용하면서도 국민 부담이 지나치게 급격하게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서울 중구와 서초구 등 여러 구청이 국토교통부를 직접 방문하거나 공문을 보내 급격한 공시지가 인상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면서 인하를 요구했다.

성북구(7.3%)는 지가 상승률이 10% 이상인 필지에 대해서는 일괄 인하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13일 공시지가가 실제로 발표되면 상승률이 예정 수치보다 낮아질 개연성이 크다.

상권이 활성화되고 있는 지역에서는 지나친 지가 상승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서울 성동구는 성수동 일대 서울숲길과 상원길, 방송대길 등지의 표준지 35개에 대해서는 공시지가 하향을 요청했다.

성동구 중에서도 성수동1가는 25.9%, 성수동2가는 23.2%로 상승률이 20%를 훌쩍 넘긴다.

서울숲길에 있는 주상용 건물(143㎡)의 ㎡ 당 공시지가는 작년 510만원에서 675만원으로 32.4% 상승하고 상원길의 주상용 건물(196.4㎡)은 415만원에서 500만원으로 20.5% 오른다.

공시지가 상승으로 불어난 세금 부담이 임대료로 전가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온다.

성동구는 국토부에 "성수동 일대의 많은 개발과 급격한 발전으로 구민이 삶의 터전에서 밀려나고 있다"며 "젠트리피케이션 관련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고, 지역의 건강한 발전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공시지가 하향을 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경남 거제시의 경우 지역 산업인 조선업의 침체로 작년 시·군·구 지가 변동률 하위 4위(-0.65%)를 기록한 바 있으나 올해에는 2.0% 상승하는 것으로 평가됐다.

거제시 대부분의 표준지 공시지가는 마이너스를 기록했으나 대우조선해양이 있는 아주동과 삼성중공업이 있는 장평동이 4∼6% 상승했기 때문이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 부지는 지난 3년간 공시가격이 동결됐으나 주변 시세보다 너무 저평가됐다는 이유로 이번에 전격 공시가격 인상이 단행됐다.

대우조선 부지는 ㎡ 당 가격이 작년 17만6천원에서 12만2천원으로 9.09% 올랐고 삼성중공업 부지도 8.96% 상승했다.

회의에서 상승률이 과다하니 6%대로 낮추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이에 담당 평가사는 "대우조선은 현재 국가의 세금으로 지원을 받아 운영되고 있는데 정부에서 받은 세금으로 다시 세금을 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 같다"면서도 "일반 토지와의 균형성을 고려했을 때 상승시킬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 신도시·재개발 예정지역 "우리는 올려달라"
표준지의 경우 재개발이나 신도시 건설 등이 예정된 곳은 오히려 공시가격을 올려달라는 요구가 나오기도 한다.

공시가격이 오르면 재개발 등 부동산 개발과 관련한 토지 보상을 더 많이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남시는 최근 정부로부터 제3기 신도시 후보지로 지정된 교산신도시 후보지역에 있는 일부 표준지의 공시지가를 상향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남 교산지구는 남양주 왕숙, 인천 계양과 함께 최근 정부가 발표한 3기 신도시 후보지 중 하나다.

서울 동작구도 본동 재개발지역에 있는 표준지의 가격을 올려달라고 요청했고 강북구와 서대문구 등지에서도 일부 토지의 공시가격 상향을 요구했다.

경기도 광명에서는 토지 소유자 의견청취 과정에서 광명·시흥테크노벨리에 들어가는 일부 땅 주인들이 상향 요청을 했고, 이를 감정평가사가 받아들여 공시지가를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당초 지난달 31일 중앙부동산가격심의위를 열 예정이었으나 설 연휴 이후로 연기했다.

중앙심의위는 13일 공식 발표 이전에만 열면 큰 문제가 없다는 것이 국토부의 입장이다.국토부 관계자는 "보안을 유지하고 더욱 신중을 기하기 위해 중앙심의위를 연기했다"며 "소유자 이의신청이 접수된 토지에 대해서는 가격이 적정하게 평가됐는지 재확인하는 등 꼼꼼히 점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