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재협상 직전 북아일랜드 찾은 英 메이, 지지 확보 실패

'안전장치' 놓고 북아일랜드 민주연합당-신페인당 입장 엇갈려
메이, 7일 브뤼셀·8일 아일랜드 방문해 브렉시트 재협상 추진
브렉시트(Brexit) 합의안 재협상을 천명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북아일랜드의 지지를 얻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6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이날 벨파스트의 북아일랜드 의회를 방문해 주요 정당 대표와 잇따라 만났다.

메이 총리는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 합의안 재협상을 앞두고 북아일랜드의 지지를 촉구하기 위해 전날 이틀 일정으로 벨파스트를 찾았다.

북아일랜드는 브렉시트 합의안 중 가장 논란이 되는 '안전장치'(backstop)의 당사자다.영국과 EU는 브렉시트 이후 EU 회원국인 아일랜드와 영국 영토인 북아일랜드 간 국경에서 '하드 보더'(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안전장치'에 합의했다.

그러나 '안전장치'의 종료 시한이 없는 데다 북아일랜드만 별도 상품규제를 적용받을 수 있어 브렉시트 강경론자, 사실상 보수당과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북아일랜드 연방주의 정당 민주연합당(DUP) 등이 이에 반발해 왔다.

영국 하원은 지난달 29일 향후 브렉시트 계획과 관련해 '안전장치'를 다른 대안 협정으로 대체하도록 하는 내용의 수정안을 가결했다.메이 총리는 이에 '안전장치'에 변화가 필요하다며 브렉시트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민주연합당은 이날 메이 총리와의 만남에서 '안전장치'를 대체해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알린 포스터 민주연합당 대표는 "메이 총리가 합의안의 변화를 위해 브뤼셀로 가는 것을 환영한다"면서 "총리는 의회에서 약속했던 것을 지켜야 한다.그것이 그녀의 의무이자 내가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안전장치'가 생기면 영국의 경제적·헌법적 통합성을 약화하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아일랜드 민족주의 정당인 신페인당은 메이 총리를 만나 '안전장치'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신페인당은 민주연합당의 지지에 목을 매고 있는 메이 총리를 신뢰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신페인당은 아일랜드 통일을 위한 국민투표를 요구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메리 루 맥도널드 신페인당 대표는 "시간을 끄는 영국의 전략은 받아들일 수 없다.

이는 잘못됐다"면서 "메이 총리에게 영국이 아일랜드와 아일랜드 주민들에게 지시하는 시대는 지났으며, 이런 날이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유혈 분쟁을 종식한 1998년 벨파스트평화협정(굿프라이데이 협정) 이후 북아일랜드는 영국에 잔류를 원하는 연방주의자 정당과 아일랜드공화국과의 통일을 원하는 민족주의자 정당이 공동 정권을 꾸리고 있다.

지난 2017년 3월 실시된 북아일랜드 의회 선거에서 연방주의 정당인 민주연합당(DUP)이 1위, 민족주의자 정당인 신페인당인 2위를 차지했지만, 각종 이견으로 2년이 넘도록 공동 정권을 출범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틀간의 북아일랜드 방문에서 별다른 소득을 얻지 못한 메이 총리는 7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등을 만나 브렉시트 합의안의 재협상을 논의할 계획이다.이어 8일에는 아일랜드를 방문해 레오 바라드카르 총리와 아일랜드 국경문제에 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