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거래소 대표 사망에 1600억 공중분해…"비밀번호 아무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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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장에는 반려견에 대한 자산 상속까지 명기캐나다 최대 규모 가상화폐(암호화폐) 거래소 쿼드리가 대표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거래소에 보관 중인 1600억원에 달하는 암호화폐가 사라질 상황에 처했다.
피해자 11만5천명, 돌려받을 길 없어 '발 동동'
제럴드 코튼 쿼드리가 대표(30)는 지난해 12월 인도에서 지병인 크론병 합병증으로 유명을 달리했다. 평소 보안을 중요시한 코튼 대표는 거래소 암호화폐 대부분을 콜드월렛(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은 지갑)에 보관했다. 모든 은행 및 회계 업무도 그가 단독으로 책임을 지고 맡아온 것으로 알려졌다.콜드월렛은 해킹으로부터는 안전하지만 비밀번호나 프라이빗 키를 분실하면 자산을 찾을 수 없다. 유일하게 비밀번호를 알고 있던 코튼 대표가 세상을 떠나자 콜드월렛에 보관된 1억9000만 캐나다달러(약 1614억원) 상당 암호화폐를 꺼낼 수 있는 방법 자체가 사라진 것이다.
쿼드리가는 암호화폐 지갑 전문업체들이 제공하는 커스터디(수탁) 서비스 등을 이용하지 않았다. 회사 임직원들은 물론 코튼 대표의 부인이나 가족들도 비밀번호를 몰라 거래소 이용자들은 고스란히 피해를 입게 됐다. 피해자 수는 11만5000여명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코튼 대표가 생전에 유언장을 작성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법원에 따르면 그는 인도로 떠나기 직전인 작년 11월27일 사전 유언장을 썼다. 부인에게 모든 자산을 상속하는 내용을 담았다. 게다가 자신의 반려견에게 유산 10만달러를 남긴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피해자들은 "사망 직전에 반려견에게까지 유언장을 작성한 사람이 거래소 관련 대책은 마련해놓지 않은 점이 의문스럽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때문에 레딧 등 각종 해외 암호화폐 커뮤니티에서는 쿼드리가의 행보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쿼드리가는 고객 자산 복구에 주력하기 위해 지난달 31일 채권자 보호를 신청, 법원이 이달 5일(현지시간) 이를 받아들였다. 글로벌 회계 컨설팅기업 언스트앤영(EY)이 감사기관이 된다. 쿼드리가 측은 채무 상환을 위한 거래소 매각까지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김산하 한경닷컴 기자 san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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