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의 커피피플] (4) "댐 굿 커피!" 시드니 커피 휘어 잡은 홍찬호 놈코어커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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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를 무릎 꿇린 나라. 호주의 커피 문화는 단연 세계 최고 수준이다. 1950년대 이탈리아 이민자들은 호주에 에스프레소를 퍼뜨렸다. 1970년대 보헤미안 예술가들은 멜버른을 중심으로 그들만의 커피를, 동네 카페에서 마시기 시작했다. 호주식 커피인 플랫화이트와 롱블랙은 세계 주요 도시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글로벌 커피 메뉴가 됐다. 카페라떼와 아메리카노와 비슷한 형태지만 맛은 전혀 다른 맛을 낸다. 이유는 싱싱한 생두에 있다. 오늘도 멜버른 항구에는 하루 300만 명이 마실 수 있는 생두가 들어온다. 도시에는 수백 개 카페와 로스터리가 각각의 개성으로 공존한다. 스페셜티 커피 문화도 10여년 전 일찌감치 시작됐다.이런 커피강국에서 4~5년 전부터 한국인들의 이름이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호주 국가대표 커피 챔피언은 수년 째 한국인이 차지하고 있고, 이름난 카페와 로스터리에서 한국 청년들을 만나는 건 어렵지 않다. 자신의 브랜드를 창업한 이들도 생겨나고 있다. 멜버른과 시드니에서 한국인 바리스타와 로스터들을 인터뷰했다.④사운드 엔지니어 출신의 홍찬호 시드니 놈코어커피 대표“댐 굿 커피!(Damn good coffee!·끝내주게 맛있는 커피군!)”홍찬호 놈코어커피 대표(33)가 2016년 시드니에 자신의 카페 브랜드를 내면서 내건 ‘커피 철학’이다. 누구나 한번 마시면 자연스럽게 “댐 굿 커피!”라는 탄성이 나올 만한 커피를 만들겠다고 한 것. 이정기(Nathan Lee)바리스타와 함께 창업을 결심한 건 그가 호주에 정착한 3년 만이다. 다른 이들보다 빠른 속도로 자신의 비즈니스를 구축했다. ‘놈코어’는 보통이다는 뜻의 ‘normal’과 극단적이라는 뜻의 ‘hardcore’를 조합해 만든 브랜드명. 그는 “대중성을 지향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철학을 잘 나타낼 수 있는 커피를 만들겠다는 뜻이다”고 했다.사운드 엔지니어 출신의 홍 대표는 ‘멀티 플레이어’로 통한다. 2012년 이전까지는 한국에서 사운드 엔지니어를 하며 커피 마시는 걸 즐기는 사람 중 하나였다. 2012년 워킹홀리데이를 와서 그는 호주의 커피 시장을 보고 깜짝 놀랐다.“다들 엄청나게 많은 커피를 마시고 있고, 대중적이어서 놀랐습니다. 퀄리티를 쫓는 문화가 있고, 또 커피 문화에 대해 자부심이 강해서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고 생각했지요.”
한국 사람들이 김치 맛을 구별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듯, 호주 사람은 커피를 한 모금만 마셔도 맛있는 지 없는 지를 구별해 낸다는 것. 그는 2013년에 한국으로 돌아가 커피를 배우고, 2014년 한국에서 열린 커피 대회에도 출전해 수상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을 때 호주로 돌아왔다. 다른 바리스타들이 유명 카페나 로스터리 회사에서 밑바닥부터 경력을 쌓을 때 그는 일찌감치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마침 시드니의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급성장하던 때였다. 홍 대표와 이정기 바리스타는 호주 커피 대회에서 수 차례 우승한 인물들이다.
홍 대표는 호주에 온 직후인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을 휩쓸었다. 2016년 커피 브랜드 창업과 함께 로스팅도 시작해 현재 ‘놈코어 커피’는 시드니 유명 카페 15곳에 납품된다. 최근 새 로스터리 공장을 세우고, 본격적인 로스팅 비즈니스에도 뛰어들었다. 그는 “각종 커피 대회에 출전하면서 인지도를 높인 게 생각보다 빠르게 주류 사회로 진입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로도 연결됐다”고 했다.
홍 대표는 한국의 커피전문지에 호주 통신원으로 글을 쓰고 있고, 현재 2개의 매장과 1개의 공장을 운영한다. 경영전문대학원(MBA)에서 수업도 듣고 있다. 최근엔 ‘냥집사(고양이 집사)’가 된 것도 일상의 큰 즐거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우리가 잘 하는 걸 더 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커피전문지에 기고를 하고, 한국을 찾아 세미나를 여는 것도 커피에 관한 지식을 공유하고, 알리기 위한 과정이다. 커피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실험하는 그는 디테일에 강한 로스터로 잘 알려져 있다.요즘 호주에서 열리는 각종 커피 대회는 물론 호주의 커피 관련 행사에는 한국인들이 빠지지 않는다. 그는 호주의 한인 바리스타들이 주목받는 것에 대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함께 성장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고 했다. “커피를 통해 좋은 영향력를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시간을 쪼개 공부를 하는 것, 사업에 집중하는 것 역시 그 목표를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드니=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
한국 사람들이 김치 맛을 구별하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듯, 호주 사람은 커피를 한 모금만 마셔도 맛있는 지 없는 지를 구별해 낸다는 것. 그는 2013년에 한국으로 돌아가 커피를 배우고, 2014년 한국에서 열린 커피 대회에도 출전해 수상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됐다고 생각했을 때 호주로 돌아왔다. 다른 바리스타들이 유명 카페나 로스터리 회사에서 밑바닥부터 경력을 쌓을 때 그는 일찌감치 비즈니스에 뛰어들었다. 마침 시드니의 스페셜티 커피 문화가 급성장하던 때였다. 홍 대표와 이정기 바리스타는 호주 커피 대회에서 수 차례 우승한 인물들이다.
홍 대표는 호주에 온 직후인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상을 휩쓸었다. 2016년 커피 브랜드 창업과 함께 로스팅도 시작해 현재 ‘놈코어 커피’는 시드니 유명 카페 15곳에 납품된다. 최근 새 로스터리 공장을 세우고, 본격적인 로스팅 비즈니스에도 뛰어들었다. 그는 “각종 커피 대회에 출전하면서 인지도를 높인 게 생각보다 빠르게 주류 사회로 진입할 수 있었고, 자연스럽게 비즈니스로도 연결됐다”고 했다.
홍 대표는 한국의 커피전문지에 호주 통신원으로 글을 쓰고 있고, 현재 2개의 매장과 1개의 공장을 운영한다. 경영전문대학원(MBA)에서 수업도 듣고 있다. 최근엔 ‘냥집사(고양이 집사)’가 된 것도 일상의 큰 즐거움이 됐다고 했다. 그는 앞으로 하고 싶은 일에 대해 “우리가 잘 하는 걸 더 잘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가 커피전문지에 기고를 하고, 한국을 찾아 세미나를 여는 것도 커피에 관한 지식을 공유하고, 알리기 위한 과정이다. 커피에 대해 끊임없이 공부하고, 실험하는 그는 디테일에 강한 로스터로 잘 알려져 있다.요즘 호주에서 열리는 각종 커피 대회는 물론 호주의 커피 관련 행사에는 한국인들이 빠지지 않는다. 그는 호주의 한인 바리스타들이 주목받는 것에 대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며 함께 성장하고 있어 가능한 일이다”고 했다. “커피를 통해 좋은 영향력를 끼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시간을 쪼개 공부를 하는 것, 사업에 집중하는 것 역시 그 목표를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시드니=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