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前 대표 "경제가 통째로 망했다고 한 것은 '막말' 아닌 '옳은 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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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당 당권주자 인터뷰
"탄핵 총리가 대표 되면 당이 다시 수렁에 빠질 것
이번엔 문재인 정권 뒤엎을 투사형 인물이 당대표 돼야
내가 막말?…야당 대표가 뒤에 숨어있으면 되겠나
미·북, 남·북 정상회담 뒤에…全大 한달 이상 연기를"

홍 전 대표는 7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시종일관 ‘강한 대표’를 강조했다. 그는 “정권은 투쟁으로 얻어지는 것이지 앉아서 놀면서 얻어지는 게 아니다”며 “이번에 선출되는 당대표는 문재인 정권의 판을 뒤엎을 수 있는 강한 대여(對與) 투쟁력을 갖춘 인사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지난해 6월 지방선거 참패의 책임을 지고 물러난 지 1년도 안 됐습니다. 너무 빠른 복귀 선언 아닙니까.
“지난 지방선거는 제가 아닌 다른 분이 당대표가 됐어도 어차피 이길 수 없는 선거였습니다. 국민이 여권의 ‘위장평화 프레임’에 넘어가버렸기 때문입니다.”
▶선거 실패에 책임이 없다는 뜻인가요.“지방선거 때 제가 공천에 직접 관여한 곳은 광역단체장 및 인구 100만 명이 넘는 일부 기초단체장 자리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현역의원들이 공천하고 책임지도록 ‘책임공천제’를 도입했습니다. 그나마 저는 책임을 지고 나왔습니다. 하지만 선거 후 ‘내 책임입니다’라고 말한 우리 당 의원이 한 명이라도 있었나요.”
▶그간의 센 발언들이 ‘막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습니다.
“선거 때 지더라도 자기 소신과 추구하는 이념을 내세워야 하는 것이 정당입니다. 작년 11월 이후 민심이 바뀌었습니다. 홍준표가 ‘우리 경제가 통째로 망했다’고 했는데 그게 막말을 한 게 아니라 그 말이 옳은 말이었다는 게 증명됐습니다.”▶대표가 되면 어떻게 당을 재건하겠습니까.
“제가 대표를 맡았던 1기 체제 때는 국회의원에 대한 공천권이 없었습니다. 지휘가 제대로 되지 않았죠. 하지만 이제 당대표가 되면 막대한 공천 영향력이 생깁니다. 내년 총선을 이끄는 데 가장 힘 있는 당대표가 될 수밖에 없죠.”
▶총선 공천의 기준은 무엇인가요.“제가 1기 말미 때 ‘신보수주의 정당’을 만들자고 주장하면서 정리해둔 복안이 있습니다. 1기 때 이미 친박(친박근혜)계 청산이 끝났기 때문에 이번엔 이기는 공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앞선다는 평가에 동의하나요.
“인정합니다. 하지만 일종의 신차 효과입니다. 신차가 출시되면 관심이 집중되는 게 당연하죠. 하지만 결함이 있는지 여부는 1년이 지나야 알 수 있습니다. 결함이 없던 신차가 있었나요?”
▶판세를 어떻게 바꿀 계획입니까.
“출마 후보자 간 TV 토론을 권역별로 여덟 차례 정도는 해서 신차(황 전 총리)의 결함 여부를 검증해야 한다는 게 저의 주장입니다. 지방에 가서 당원들을 모아놓고 자기 할말만 하는 합동연설회 방식은 구시대적입니다. 당 지도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파행 전당대회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의 단일화 가능성도 나옵니다.
“오 전 시장과 제가 (정치적 노선이) 겹치는 부분이 있으니 한 사람으로 나가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아마 오 후보도 그런 생각을 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미 저는 당대표를 두 번이나 했는데 무슨 욕심이 있겠습니까.”
▶후보에서 물러날 수도 있습니까.
“제가 꼭 (대표를) 해야 한다는 식으로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후보단일화 차원의 얘기는 아닙니다. 다만 탄핵 총리가 대표가 되면 당이 또다시 수렁에 빠질 것이 걱정됩니다.”
▶현재 한국당은 어떻게 평가합니까.
“우리 당엔 투사도, 집요함도 없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경수 경남지사 건을 봐도 알 수 있듯이 누군가 구성원이 상처를 입으면 벌떼같이 나서서 도와줍니다. 하지만 우리 당은 누군가 투쟁하다가 상처를 입으면 그 사람의 빈 자리를 꿰차려는 사람이 많습니다.”
▶투쟁력에서 밀린다는 뜻인가요.
“당의 분위기가 그렇습니다. 앞장서서 투쟁하려는 사람이 없을 수밖에 없죠. 황 전 총리는 정권이 넘어가고 집안(한국당)이 망해갈 때 밖에서 숨어있었던 분입니다. 그렇게 해도 반겨주는 게 우리 당의 현실입니다.”
▶‘대안 야당’이 되기 위한 복안은 있나요.
“2017년 대선후보로 나섰을 때 대안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기업에는 자유를 주고, 서민에게는 기회를 주자는 것입니다. 기업인에게는 간섭하거나 규제하려 들지 말고 자유를 주는 것이 대한민국을 발전시킬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정권을 잡았다고 기업에 갑질하고 억압하는 나라가 한국 이외에 또 있을까요.”
▶문재인 정부의 경제 정책은 어떻게 봅니까.
“경제정책에 이념을 넣고 있습니다. 국내에 공장을 새로 만든 들 민주노총의 놀이터만 제공하는 셈일 텐데 기업이 그렇게 할 리가 있겠습니까. 국민 노후 보장을 위해 만든 국민연금으로 주주권을 행사해서 ‘연금사회주의’도 적극 비판해 나갈 것입니다.”
▶전당대회 일정이 미·북 2차 정상회담과 겹칩니다.
“연기해야 합니다. 이번 전당대회는 남북한 평화 프레임에 함몰돼 의미가 없어질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후 모처럼 한국당이 국민적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당의 잠재적 대권 주자들이 모두 출전하기 때문입니다. 그 효과를 극대화해야 하는 게 당 지도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언제가 적절하다고 봅니까.“한 달 이상 뒤로 미뤄야 합니다. 지금은 미·북 정상회담만 보고 있지만 후속으로 열릴 남북 정상회담이 모두 끝난 뒤에 열어야 합니다.”
박종필/하헌형/김소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