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민정수석까지 끌어들인 '이석기 구명위'

고윤상 지식사회부 기자 kys@hankyung.com
“법률상 재심 청구 요건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과하게 우기는 겁니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피해자 한국구명위원회’의 재심 청구 방침에 대한 한 현직 판사의 촌평이다. 7일 법조계에 따르면 구명위는 이달 이석기 전 통합진보당 의원 사건의 재심을 청구하기로 했다. 2015년 대법원이 내란선동 혐의로 이 전 의원에게 징역 9년을 선고한 것은 ‘사법농단’의 결과라는 게 구명위 측 주장이다.구명위는 2015년 7월 법원행정처에서 작성한 ‘정부운영에 대한 사법부의 협력사례’를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 문건은 이 전 의원에 대한 전원합의체 판결이 난 지 6개월이나 지난 뒤에 작성됐다. 시간 순서가 맞지 않는다는 얘기다.

재심이 형사소송법상 청구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재심은 판결의 증거가 위조 또는 변조됐거나 판결에 관여한 법관·검사가 직무에 관한 죄를 범했다는 게 먼저 증명돼야 한다. 지금까지 이 전 의원 사건과 관련해 증거가 조작됐다거나, 대법관들의 비위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그렇지만 구명위는 대대적인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설 연휴인 지난 6일에도 이 전 의원이 수감된 수원구치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석방 구호를 외쳤다.지난달 10일부터는 페이스북에서 ‘100인이 말하는 이석기 의원 석방’이라는 제목의 릴레이 홍보전에 들어갔다. 종교계 인사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등 진보성향 인사들이 나와 이 의원 석방을 주장하는 내용이다. 7일까지 50명의 주장이 소개됐다. 35번째엔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등장했다. 대법 선고 직후 당시 서울대 교수 신분이던 조 수석이 “내란음모 기소 자체가 우스꽝스러운 일이며 당연히 무죄가 나와야 한다는 게 대다수 학계의 견해”라며 “징역 9년의 선고형은 너무 세다”고 했다는 내용이다.

법조계에서는 법률적 근거가 부족한데도 현직 민정수석 의견까지 동원해 선전전을 펼치는 것을 두고 “재판을 다시 하려는 것이라기보다 여론을 통해 특별사면을 받아내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