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행복한 노후

황태인 < 토브넷 회장 thwang52@naver.com >
저금리·고령화 사회의 최대 화두는 ‘어떻게 하면 노후에 행복하게 사느냐’다. 1959년생 돼지띠가 올해 환갑을 맞았다. 필자 개인적으로도 예순이 됐을 때 ‘노후’라는 화두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자산운용업계에서 가치주를 장기간 보유하라고 일갈하는 존 리 메리츠자산운용 대표를 만난 적이 있다. 그는 “한국은 60세 이상 노년층 빈곤율이 선진국 대비 월등히 높다”며 “이는 원금을 지키지 못할 것을 두려워해 예금이나 부동산에 자금을 묻어두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노후에 투기는 하지 말아야 하지만 현명한 투자는 해야 한다. 투자는 원금의 안전성과 수익성을 철저히 분석한 뒤 대상을 매매하는 행위인 반면, 투기는 값이 오를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뭔가를 사고파는 행위다. 투기는 원금이 날아갈 가능성도 있어 노년 빈곤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존 리 대표는 무엇보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미국 가치투자가 워런 버핏도 우량기업 주식을 잘 골라 장기 보유해 기업의 성장 이익, 즉 기업의 배당이나 주가 상승을 노리는 전략으로 세계적인 부자가 됐다. 필자도 미국에서 귀국하면서 우량 기업에 장기 투자하는 배당주 투자를 선호했다. 존 리 대표의 투자 철학과 일맥상통한다.

물질적인 면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우리는 행복하게 나이를 먹어가야 한다. 인간에게는 세 가지 병이 있다. 탐욕과 분노 그리고 어리석음이다. 이를 탐(貪), 진(瞋), 치(癡) 삼독(三毒)이라 한다. 인간의 욕심은 한이 없다. 남보다 많이 가지고 싶어 하고, 좋은 것은 독차지하고 싶어 하며, 내 배만 채우고 싶어 하고, 더 유명해지고 싶어 하며, 편하게 살고 싶어 한다.욕심이 다 채워지지 않아 분노가 생긴다. 나이 먹은 사람들이 자기 마음대로 되지 않아 화를 낸다.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으면 화를 억제하지 못한다. 탐욕과 분노가 고통의 화근이 된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이는 참다운 지혜가 없고 어리석기 때문에 생긴다. 어리석음이 우리의 모든 번뇌와 망상을 일게 한다. 욕심을 채우기 위해 남의 것을 편취하고, 자기만 잘났다고 남을 무시하며 화를 내고 싸우는 사람은 자기가 얼마나 어리석은 줄을 모른다.

그러니 부디 탐, 진, 치 이 세 가지 병을 버리고 진정으로 행복한 노후를 준비해보면 어떨까 싶다. 경제적으로 압박받지 않으면서 정신적으로 행복하게 살면 부자다. 99세까지 팔팔한 멋진 노후를 위해 ‘통장 정리’보다 ‘생각 정리’가 먼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