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 줄줄이 '어닝 쇼크'

작년 4분기 실적

미래에셋, ELS 등 손실 커져
NH證, 이익 전망치 크게 하회
한투證, 연간 순이익 1위 지켜
메리츠證은 사상최대 순이익

주요 증권사가 지난해 4분기 시장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쇼크’ 수준의 실적을 냈다. 작년 10월 이후 글로벌 증시 급락으로 주가연계증권(ELS) 등 트레이딩 부문 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진 탓이다. 한국투자증권이 연간 순이익 1위를 지킨 가운데 메리츠종금증권은 4분기에도 실적 호조세를 이어가 눈길을 끌었다.

한투, 4분기 순이익 874억원

한투증권은 지난해 영업이익 6445억원, 순이익 4983억원을 올렸다고 7일 발표했다. 순이익은 2017년(5254억원) 대비 5.2% 감소했다.

증권가는 KB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 일부 대형사가 실적을 내놓지 않았지만 한투증권이 2017년에 이어 지난해에도 무난히 연간 순이익 1위를 차지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였던 미래에셋대우가 지난해 4612억원의 순이익에 그쳤기 때문이다. 한투증권의 자기자본이익률(ROE)은 지난해 11.2%로 자기자본 4조원 이상 대형 증권사 중 유일하게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으로 추정됐다.

하지만 한투증권도 작년 4분기부터 증권가에 몰아닥친 ‘실적 한파’를 피할 순 없었다. 한투증권은 지난해 3분기까지 4109억원의 순이익을 올렸지만 4분기에는 87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9% 줄었다. 회사 관계자는 “작년 말 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ELS 등 파생상품의 평가·처분 손실이 크게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실적을 발표한 NH투자증권은 4분기 순이익이 117억원에 그치며 증권사 추정치 평균(컨센서스)인 463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투자은행(IB) 부문은 전년 동기 대비 67% 증가한 약 800억원의 이익을 냈지만 트레이딩 및 상품손익 부문에서 1000억원 이상 손실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한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주요 지수 하락으로 ELS 헤지 비용이 상승했고 헤지펀드와 자기자본투자(PI) 운용 성과도 부진했다”고 분석했다.

미래에셋대우 역시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4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72.2% 감소한 269억원에 그쳤다. ELS와 파생결합증권(DLS) 등의 운용에서 손실 규모가 커진 데다 거래대금 감소로 브로커리지 수익도 크게 줄었다. 삼성증권은 4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39% 줄어든 37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메리츠증권은 사상 최대 실적

주요 증권사가 작년 4분기 실적 한파에 신음했지만 메리츠종금증권은 예외였다. 이 회사는 지난해 4분기에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114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4분기 트레이딩 수익은 3분기 대비 40.1% 감소한 605억원에 그쳤지만 IB 등 기업금융과 대출금 운용에 따른 금융수지 부문이 33.3% 증가한 1778억원을 기록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장효선 삼성증권 연구원은 “부동산금융 일변도에서 탈피해 항공기 리스금융과 독일 잘란도 빌딩 매각 등 국내외 대형 IB 딜을 잇달아 성공시켜 기업금융 등 다양한 부문에서 이익을 냈다”고 평가했다.

증권가에서는 올 1분기에는 증권사들의 실적이 다소 호전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증권거래세 개편을 검토하고 있는 점이 장기적으로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한국투자증권은 증시 거래대금이 1조원 증가할 경우 삼성증권·미래에셋대우·NH투자증권의 ROE가 0.43~0.46%포인트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백 연구원은 “올 들어 증시가 반등하면서 국내 증권사들이 1분기에는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오형주/전범진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