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권의 산업이해도가 낮아 규제입법이 남발되고 있다"

국회의원들의 법안 발의가 ‘폭주’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20대 국회 들어 어제까지 2년8개월간 발의된 의원입법안이 1만6000건을 넘었다. 정부 발의(878건)의 19배에 이른다. 18대 국회 전체 발의 수(1만1191건)를 넘어선 지 오래됐고, 19대 발의 수(1만5444건)도 추월했다.

이 중 상당수가 규제 관련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정보포털에 따르면 의원입법안 중 약 17%(2730건)가 규제법안이다. 19대 국회 전체(1335건)의 두 배가 넘는다. 최근 두 달 동안에만 162건의 규제법안이 발의됐다.의원입법이 폭증하는 것은 의원들이 너무나도 쉽게 법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사를 거쳐야 하는 정부안과 달리 의원입법은 아무런 통제를 받지 않는다. 필요한 예산이 확보됐는지에 대한 심의도, 공청회 절차도 건너뛴다. 법안 내용을 제대로 읽지 않은 채 동료 의원의 법안을 공동 발의해주는 ‘품앗이 서명’은 국회의 고질병이 된 지 오래다. 자신이 공동발의해 놓고 정작 반대표를 던지는 어이없는 일까지 빚어진다. 법안이 미칠 파급 효과와 부작용을 진지하게 성찰하고 고민하는 의원은 찾기 힘들다. “맛 좀 봐라”는 식의 법안 발의가 늘어나고 있다는 게 기업들의 하소연이다. “정치권의 산업이해도가 낮아 규제입법안이 남발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런 국회에 ‘규제의 온상’ ‘법치 파괴자’라는 비판이 쏟아지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남발되는 의원입법에 대한 견제장치가 없다는 건 심각한 문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권고한 대로 의원입법에 대해서도 규제영향평가를 반드시 받도록 하는 등의 보완장치가 시급하다. 재원조달 방안 제출도 의무화하는 등 국회의 입법권 남용을 막기 위한 제도적인 개선책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