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프리미엄 택시' 경쟁

오형규 논설위원
“베트남에서 1주일간 ‘그랩’ 택시를 이용했는데 부르면 바로 오고, 경로를 알 수 있고, 바가지 걱정도 없었어요.”(교수 P씨) “유럽 출장 때 ‘우버’를 자주 타는데 단점을 못 찾겠어요. 싸고, 잘 잡히고, 막혀도 추가요금 없고….”(사업가 C씨) “여섯 명이 광화문에서 강남까지 ‘타다’로 갔는데, 쾌적하고 택시 두 대 잡는 것보다 비용이 덜 들었어요.”(회사원 K씨)

페이스북 친구들이 전해준 승차공유 서비스 경험담이다. 재이용률이 70~80%에 달할 만큼 만족도가 높다. P교수는 “서울 택시의 고질적 병폐인 승차거부, 불친절, 부당요금 징수가 없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며 “승차공유를 청년실업의 대안으로 검토해 볼 만하다”고 제안했다.소비자가 매력을 못 느낄 만큼 승차공유를 규제로 틀어막을 단계는 분명 지났다. 한 해 3000만 명이 해외로 나가서 승차공유를 보고 경험하고 있다. 카풀 시범서비스가 중단됐지만, 승합차(11인승 이상)로 규제를 피해간 타다와 벅시, 리무진택시, 반려동물용 펫택시 등 확산일로다.

택시의 출발은 지금의 승차공유와 비슷했다. 1605년 런던과 파리에서 시작된 ‘전세마차(hackney carriage)’는 여관에 고용된 마차를 여행객에게 대여하는 형태였다. 택시의 원형은 19세기 초 프랑스의 ‘카브리올레(cabriolet·덮개 달린 이륜마차)’다. 택시의 본딧말인 택시캡(taxicab)도 ‘택시미터를 단 카브리올레’를 가리킨다. 20세기 초 등장한 블랙캡(영국), 옐로캡(미국)도 당시엔 첨단이었다.

1919년 경성택시 이래 100년이 흘렀다. 길거리에서 손을 들던 게 1990년대 콜택시로 발전했듯이, 이제는 스마트폰과 위치정보로 언제 어디서든 이동 수요와 공급이 연결 가능하다. “혁신이란 게 고작 택시 잡아먹기냐”고 택시업계는 반발하지만, 변화는 본래 일상에서 시작된다.서울 택시요금 인상(16일)을 앞두고 ‘프리미엄 택시’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청결하고, 승차거부 없고, 손님이 말을 걸 때만 대화하고, 집앞에서 태워주고, 와이파이까지 갖춘 택시면 비싸도 타겠다는 이들이 많다. 장애인 임산부 노인 등 교통약자를 위한 서비스도 기대된다.

뒤늦게 택시업계도 변신을 꾀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형태인 타고솔루션즈는 승차거부 없는 ‘웨이고 블루’, 여성전용에 카시트까지 갖춘 ‘웨이고 레이디’를 곧 선보인다. 택시 4단체가 출자한 ‘티원택시’, 완전월급제의 ‘마카롱택시’도 있다. 하지만 “왜 이제서야…” 하는 반응이 나온다.

선진국일수록 서비스업은 세분화, 기업화, 네트워크화, 매뉴얼화에 철저하다. 소득 3만달러 시대에 승객도, 운전기사도 불만인 기존 택시시스템은 한계에 왔다. 승차공유가 택시시장의 메기 역할을 할수록 소비자는 즐거워진다.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