락앤락서 샤오미 가전 팔고, 한샘서 LG 스타일러 팔고…"내 것만 팔아선 생존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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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브랜드숍의 新멀티숍 전략경기 안산시에 있는 락앤락 매장 ‘플레이스엘엘’. 지난해 11월 문을 연 이곳에선 락앤락 밀폐용기만 판매하지 않는다. 중국 브랜드 샤오미의 가전제품을 비롯해 ‘발뮤다’ ‘레꼴뜨’는 물론 가구 ‘두닷’과 식품 ‘무명잡곡’ 등 30개 타사 브랜드 제품을 살 수 있다. 앞서 서울 서초동에 개장한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도 마찬가지다. 아모레퍼시픽 화장품뿐만 아니라 ‘메디힐’ ‘더툴랩’ ‘스틸라’ ‘파머시’ 등 59개 타사 브랜드 화장품을 판매한다.
편집숍 형태로 진화
락앤락 매장 '플레이스엘엘', 가전 등 30개 他社 제품 판매
한샘 매장, 5000개 품목 중 1000여개가 他社 브랜드
온라인 오픈마켓 영향
11번가·G마켓 등 활성화…원브랜드 매장 매출 급감
다양한 브랜드로 변신 시도
주방용품, 생활용품은 물론 화장품에 이르기까지 온·오프라인 원브랜드숍 매장이 변신하고 있다. 쿠팡 G마켓 등 온라인 오픈마켓이 활성화하면서 자사 브랜드만 판매하는 온라인몰은 물론 오프라인 매장도 매출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생존을 위해 다양한 브랜드의 제품을 판매하는 편집숍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생활용품업계 관계자는 “내 것만 팔아서는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분석했다.‘아리따움’ 59개 타사 브랜드 판매
2014년 락앤락은 성장 전략을 다시 짜기 시작했다. 중국산 저가 밀폐용기가 홈쇼핑 등을 통해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더 이상 밀폐용기만 가지고는 성장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다. 커피와 차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트렌드에 맞춰 텀블러 보온병 등 음료용기 마케팅을 강화했다. 인테리어 시장을 겨냥해 수납용품, 소형 가전 등으로 제품을 늘려나갔다. 종합 생활문화기업으로 변신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플레이스엘엘은 이런 락앤락의 전략을 보여주는 매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가구업체 한샘도 마찬가지다. 전국 12개 대형 직영매장과 약 30개의 대형 대리점에서 다양한 브랜드의 생활용품을 판매하고 있다. 주방용품과 침구 등 패브릭, 소품 등 인테리어와 관련한 5000여 개 품목을 살 수 있다. 이 가운데 1000여 개 품목이 포트메리온 오덴세 락앤락 등 다른 브랜드 제품이다. 온라인 한샘몰에서는 더 많은 브랜드를 판매하고 있다. 한샘 관계자는 “이용자들이 다양한 상품을 비교해보고 한꺼번에 살 수 있도록 다른 브랜드 제품도 판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밀레니얼 이용자 겨냥 체험·재미 강화
화장품업계에서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이 다른 브랜드 제품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올리브영 시코르 등 화장품 편집숍에 밀려 원브랜드 로드숍이 줄줄이 문을 닫자 내놓은 자구책이다. 매장 구성도 바꿨다. 브랜드별로 진열하지 않고 피부 타입별로 다양한 브랜드 제품을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다. 황동희 아모레퍼시픽 상무는 “밀레니얼 이용자를 겨냥해 체험과 콘텐츠를 강화한 매장”이라고 소개했다.
원브랜드숍이 이처럼 변신을 꾀하고 있는 것은 오픈마켓 등 온라인 쇼핑몰에 밀려 방문객은 물론 매출이 급격하게 줄고 있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등을 통해 이용자가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이 크게 늘어난 것도 원브랜드숍이 경쟁력을 잃은 원인이다. 매장을 방문해 제품이나 가격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바로 스마트폰으로 다른 제품을 비교해보고 주문할 수 있다. 김영덕 롯데액셀러레이터 사업총괄 상무는 “원브랜드숍이 다른 브랜드를 도입하고 체험과 재미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변신하고 있다”며 “매장 효율과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고 분석했다.1300개 제품 파는 LF몰, 자사 브랜드 50개
패션 브랜드 온라인몰도 편집숍 형태로 바뀌고 있다. 이랜드 온라인몰은 오픈마켓에 가장 가까워진 쇼핑몰이라는 평을 듣는다. 패션의류는 물론 가구 가전 식품 생필품까지 오픈마켓에서 판매하는 거의 모든 카테고리의 제품을 판매한다. 44만 개 품목 가운데 타사 브랜드 제품은 33만 개에 달한다.
LF는 일찌감치 변신을 꾀했다. 2014년 온라인·모바일 유통 전략을 새로 짰다. 주요 이용자인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모바일 시장이 폭발적으로 커지자 타사 브랜드를 끌어들이기 시작했다.LF몰은 편집숍에 가깝다. 현재 LF몰에서 판매하는 브랜드 수는 1300여 개에 이른다. 이 중 LF 브랜드는 50여 개. 1250여 개는 다른 기업 브랜드다. 전략은 통했다. LF몰 앱(응용프로그램) 다운로드 건수는 100만 건 이상(안드로이드 플레이스토어 기준)이다. 패션 브랜드 쇼핑몰 가운데 1위다.
이 같은 온·오프라인 편집숍은 체험과 재미를 강조한다는 특징이 있다. 주요 소비층인 젊은 방문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플레이스엘엘 매장 곳곳엔 요리 등 생활문화 문학 인문교양 등 90여 권의 도서를 비치했다. 계절과 날씨, 시간대에 맞는 음악을 틀어 머물고 싶은 문화 공간으로 만들었다. 이는 젊은 방문객이 늘어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