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온 '피셔맨'…美 PGA투어 '팬심' 낚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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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호성 '낚시꾼 스윙'에 갤러리들 열광“사랑해요 최호성!”
페블비치 프로암 1R 1오버파 그쳤지만
전반 4타 잃고도 후반 버디 3개 쓸어담아
뒤늦게 핀 골프인생만큼 '강렬한 뒷심'
8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페블비치의 페블비치 골프 링크스 몬터레이 페닌술라CC(파71·6958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AT&T 페블비치 프로암(총상금 760만달러) 1라운드. 1번홀 티잉 에어리어에 ‘피셔맨’ 최호성(46)이 모습을 나타내자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터졌다. 주위를 둘러보던 그가 고개 숙여 ‘한국식’ 인사를 건네자 박수가 쏟아졌다.이어진 최호성의 첫 PGA투어 티샷. 몸을 오른쪽으로 기울이며 공이 날아간 방향을 살피는 최호성 특유의 동작이 나왔다. 갤러리들은 연신 카메라 버튼을 눌러댔다. 이날 제리 켈리(미국)와 2인 1조를 이뤄 최호성과 동반 라운드를 한 미국프로풋볼(NFL) 선수 에런 로저스는 “팬들이 ‘사랑해요 최호성’이라고 소리쳤고, 그럴 때마다 최호성은 뒤로 돌아 팬들을 향해 팔을 들어 인사했다”며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라운드 내내 슈퍼스타급 인기
가수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2012년 빌보드 차트 2위까지 오르며 미국 가요계를 강타했듯, 골프계에서 최호성의 인기는 그에 못지않다. 최호성은 벌써 몇몇 PGA투어 대회 주최 측으로부터 출전 요청을 받고 있다. 갤러리들은 그의 공이 날아가는 방향을 쫓기보단 최호성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는 데 열중하는 모습이었다. 라운드 전과 후 PGA투어의 공식 홈페이지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최호성과 관련된 콘텐츠로 채워졌다.최호성은 이날 경기 초반 얼어붙은 모습이었지만 후반에는 긴장이 풀린 듯 보였다. 12번홀에선 티샷이 페어웨이를 지키자 팔을 위 아래로 흔들며 갤러리의 응원을 유도하기도 했다. 동반자들이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낚시꾼 스윙’ 동작이 새겨진 드라이버 헤드 커버에 관심을 보이자 이를 손에 끼고 장난치는 등 여유를 부렸다. 로저스는 “그는 영어를 잘하진 못해도 플레이만으로 즐거움을 전달해 줄 수 있다”며 “그는 매우 좋은 선수”라고 엄지를 들어올렸다. 켈리는 2라운드에서 최호성과 좀 더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아내가 이어폰이 달린 번역기를 가져올 예정이다.
1라운드를 마친 최호성은 “팬들의 사랑을 느낄 수 있었다”며 “정말 즐거웠고 날씨만큼이나 조 편성도 좋았다”고 말했다. 그는 “(라운드를 함께한 프로골퍼) 켈리로부터 많이 배웠다”며 상대를 치켜세우는 말도 잊지 않았다. 또 평소 스폰서가 없어 비어 있는 모자 정면에 페블비치 로고를 새기고 나온 그는 “나를 이곳 페블비치에 초청해준 것에 감사하는 의미로 이 모자를 썼다”고 예우를 갖췄다.
데뷔 첫 라운드 성적도 그의 인생처럼뒤늦게 핀 그의 골프 인생만큼이나 PGA투어 데뷔전 1라운드 성적도 역동적이었다. 10번홀까지 보기 4개를 범해 4타를 잃으며 무너지는 듯했던 최호성은 남은 7개 홀에서 버디만 3개를 추가해 기어코 1오버파로 라운드를 마치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순위는 100위권 밖이지만, 충분히 반등의 여지가 남아있다. 선수들은 최호성이 이날 경기한 몬테레이 페닌술라CC 코스와 함께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6816야드), 스파이그래스힐(파72·6960야드)을 순회하며 경기한다. 최호성은 스파이그래스힐 코스에서 2라운드를 치른다.
최호성은 “그러지 않으려고 했지만 처음 몇 홀에서 긴장했다”며 “어프로치에서 좀 부족했지만 전체적으로 좋은 경험이었다”고 돌아봤다. 주무대인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와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에서 각각 2승을 거둔 그는 “한국과 일본 투어에서 경험이 많지만 그린이 가장 달랐다”며 “그린이 너무 빨라 적응을 못했다”고 했다.
한국 선수 중 김시우(24)가 좋은 성적을 내며 선두권에 이름을 올렸다. 페블비치 골프링크스에서 경기한 김시우는 이글 1개를 포함해 6언더파 66타를 쳤다. 공동선두 브라이언 게이, 스콧 랭글리(미국)에게 1타 모자란 공동 3위다. 필 미컬슨(미국), 제이슨 데이(호주) 등 5명의 선수가 김시우와 같은 순위다.배상문(33)과 강성훈(32)은 3언더파 공동 29위다. 임성재(21)와 이경훈(28)은 이븐파를 적어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