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이탈리아, 제대로 붙었다

마크롱, 駐이탈리아대사 소환
난민 문제로 갈등 와중에
伊정부, 노란조끼 편들자 '폭발'
유럽연합(EU)을 구성하는 핵심 축으로 꼽히는 프랑스와 이탈리아 간 관계가 급속히 나빠지고 있다.

프랑스는 7일(현지시간) 로마에 주재하던 크리스티앙 마세 주이탈리아 프랑스 대사를 본국으로 소환했다. 프랑스 외교부는 “프랑스는 수개월 동안 (이탈리아 정부 인사들의) 반복된 비난과 근거 없는 공격을 받았으며 터무니없는 선언의 표적이 됐다”며 관련 논의를 위해 자국 대사를 불러들였다고 발표했다. 프랑스가 이탈리아 대사를 소환한 것은 1940년 이탈리아 독재자 무솔리니가 전쟁을 선포한 이래 59년 만에 처음이다.양국 정치인들은 지난 몇 달 동안 난민 문제를 둘러싸고 거친 언사를 주고받았다. 프랑스가 대사 소환이라는 강수를 두게 된 데는 ‘노란 조끼’가 결정타가 됐다.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부총리는 지난 5일 프랑스를 찾아 에마뉘엘 마크롱 퇴진 운동을 몇 달째 벌이고 있는 노란 조끼 시위대를 격려했다. 프랑스 쪽은 이를 ‘도발’로 받아들였다.

두 나라 정치인의 독설 수위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연정을 구성해 디 마이오 부총리와 함께 이탈리아 정부를 이끌고 있는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는 지난달 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아프리카 국가의 부(富)를 도둑질하고 있다”며 마크롱이 “끔찍한 대통령”이라고 주장했다.

마크롱 대통령 쪽도 만만치 않았다. 유럽 내 포퓰리즘 정당이 득세하는 형국을 ‘나병’에 비유하며 혐오감을 드러냈다. 또 “이탈리아 국민은 더 나은 지도자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이탈리아 정치인들의 프랑스 비판은 오는 5월 유럽의회 선거를 겨냥한 계산된 발언이기도 하다. 이탈리아 경제가 악화되는데 재정적자를 마음껏 늘리지 못하게 제한하는 EU에 대한 불만도 대표적인 친(親) EU 정치인 마크롱에게 투사되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