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미국은 중국을 막기 위해 뭐든 다 할 것"

7일(현지시간) 뉴욕 증시는 오전 11시께 전해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오는 3월1일 이전 정상회담이 열릴 것 같지 않다”는 뉴스에 하락폭을 키웠습니다.
하지만 폭락하진 않았습니다. 미중 협상은 앞으로도 수많은 난관을 넘어야한다는 게 대체적 예상이었기 때문입니다.

최근 만난 월스트리트의 유명 사모펀드(PEF) 제너럴애틀래틱의 빌 포드 CEO(본지 2월 8일자 16면 참조)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는 미중 무역협상이 몇 달 안에 꽤 좋게 해결될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중국은 전략적 파트너에서 전략적 경쟁자로 바뀐 만큼 곳곳에서 다툼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월스트리트에서는 미국의 중국에 대한 압박은 무역협상과 관계없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 월가 전략가는 “미국은 중국의 패권 도전을 막기 위해 뭐든 다 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세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①수입차 관세를 중국에 대한 무역장벽으로 활용?오는 17일은 미국 상무부가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차가 안보를 해치는 지에 대해 조사한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하는 시한입니다.

지난달 무역전문 매체 ‘인사이드 US트레이드’는 상무부가 3가지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수입차와 부품에 20∼25%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미래 기술인 자율주행차(Automated), 커넥티드카(Connected), 전기차(Electric), 공유차(Shared) 등 소위 ‘ACES’와 관련된 차량 및 기술에만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

⒞수입차 10%, ACES 차량 및 부품엔 25%를 매기는 방안
월가에선 첫번째 방안은 자동차 가격 상승을 유발해 미국 소비자 불만이 커질 수 있는 만큼 불가능할 것으로 봅니다. 대신 중국이 ‘중국제조 2025’를 통해 육성중인 전기차, 자율주행차 등 수입을 막고 미국이 계속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두번째 방안을 유력하게 봅니다.

수입차에 대한 관세는 독일, 일본 등을 겨냥해 검토를 시작했는데 중국산 수입만 미리 틀어막게되는 겁니다.
②세계은행 총재 후보에 데이비드 맬패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 세계은행 총재 후보로 맬패스 미 재무부 국제담당 차관을 지명했습니다.

맬패스는 세계은행에 대해 비판적인 인물로 알려졌습니다. 그가 더 유명한 건 중국에 매우 비판적이라는 겁니다. 맬패스 차관은 세계은행을 여러 각도로 비판했는데, “그동안 세계은행이 개도국을 벗어난 지 오래인 세계 2위 경제대국 중국에 대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맬패스가 총재가 되면 세계은행의 중국에 대한 자금공여는 대폭 줄 수 있습니다.

③중거리 핵전력(INF) 조약 탈퇴도 중국을 겨냥한 것

미국은 최근 러시아가 INF 조약을 지키지 않는다며 탈퇴를 선언했습니다. 러시아도 조약 폐기로 맞대응, 냉전을 마무리한 가장 중요한 군축 조약이 사라지게 됐습니다.

월가에선 미국의 INF 탈퇴도 러시아보다 중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합니다. INF 폐기로 미국이 중국의 앞마당인 아시아태평양 지역에 중거리 핵미사일을 배치하는 등 핵전력을 증강할 수 있게 됐다는 겁니다.

그동안 중국만이 중거리 미사일로 아시아 각국을 위협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다자군축조약을 맺어 이를 막거나, 혹은 중국과 군비경쟁을 하겠다는 의도라는 겁니다.

1980년대 러시아가 무너진 원인 중 하나는 미국과의 군비경쟁에 따른 부담 때문이었습니다. 아무리 중국이라도 미국과 군비경쟁에 돌입하면 경제가 더 악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트럼프 시대, 미중 관계는 확실히 바뀌었습니다.

미국은 화웨이를 형사기소하고 연방수사국(FBI)이 실리콘밸리의 화웨이 연구소를 급습하는 등 중국 기술 기업에 대한 압박도 계속하고 있습니다.무역협상이 (부분)타결된다해도 과거와 같은 동반자 관계로 돌아가는 건 어려울 듯 합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