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8K TV'가 시기상조?…"직접 보고 말씀하세요"

4K 콘텐츠도 8K TV가 우수
"하드웨어 출시 후 콘텐츠 따라오는 것"
"컬러, 밝기, 선명도가 TV 화질을 결정한다. QLED를 통해 컬러와 밝기는 완벽에 가까워졌다. 선명도는 해상도와 관련 있다. 초고해상도가 강조되는 이유다"

삼성전자가 8일 삼성전자 수원사업장(디지털시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TV 해상도'를 강조하고 나섰다. 삼성전자는 이 자리에서 자사 'QLED 8K' TV에 대한 기술 설명과 향후 전략을 공유했다. 별도 전시존을 마련해 4K TV(OLED·QLED)와의 비교 시연도 벌였다. 화질 차이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라는 뜻에서다. 8K TV는 8K(7680X4320) 해상도가 적용된 TV를 말한다. 기존 풀HD(1920×1080) 대비 16배, 4K(3840×2160) 보다 4배 많은 화소가 적용됐기 때문에 더 선명하고, 밝고, 정확한 색상 표현이 가능하다.

8K TV가 처음 소개된 건 2012년이다. 파나소닉의 145인치 8K PDP TV와 삼성전자의 110인치 8K LCD TV가 대표적인데 기술을 뽐내기 위한 목적이 강했다. 당시는 차세대 디스플레이를 놓고 PDP(CRT 포함)와 LCD가 다투고, UHD 해상도가 풀HD(HD 포함)를 밀어내는 상황이었다. OLED와 QLED, 4K와 8K가 경쟁하는 지금과 비슷했다.

6년 만에 8K TV는 상용화를 끝마쳤다. 업계 1위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독일 IFA에서 QLED 8K TV를 선보이자, 10여 개 업체들이 지난 1월 CES에서 8K TV를 내놓은 것이다. 가격은 700만원대로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올해를 8K TV의 원년으로 평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기상조라는 지적은 나온다. 콘텐츠와 표준규격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수 천만원대의 영화 제작용 고해상도 카메라를 제외하면 8K 촬영을 지원하는 기기는 찾아보기 힘들다. 현재 폭 넓게 사용하는 HDMI 2.0 규격은 4K 해상도까지만 지원한다. 삼성전자는 HDMI 2.1을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지만 프레임이 60p로 제한돼 끊김없는 고주사율 콘텐츠를 시청하는 데 한계가 따른다. 아쉬움이 남는 부분이다.
그런데 삼성전자는 자신만만한 모습이다. 4K TV 상용화 때와 마찬가지로 빠른 시간내 8K 해상도가 대세로 자리잡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어디서 그런 자신감이 나오는 걸까. 2013년으로 돌아가보자.

4K TV가 본격적으로 보급된 2013년, 대부분의 조사기관들은 4K TV 연간 출하량이 50만대를 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2016년이 돼야 겨우 500만대가 팔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4K 콘텐츠와 규격이 부족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2013년 4K TV 판매량은 200만대로 예상치를 4배 웃돌았다.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2014년 1200만대(예상치 4배), 2015년 3200만대(예상치 6배), 2016년 5700만대(예상치 11배)가 팔려 나갔다. 4K TV가 대세로 자리잡은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삼성전자는 8K TV에도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2013년과 차이가 있다면 부족한 콘텐츠를 보완하기 위한 해결책을 완벽히 제시했다는 점이다. 저해상도(SD급 이상) 영상을 8K 수준으로 높여 주는 '8K AI 업스케일링' 기술이 바로 그것이다.

삼성전자가 전시존을 마련해 비교 시연에 집중한 것도 8K TV의 업스케일링 기술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실제 2018년형 4K OLED·QLED TV와 비교해보니 같은 해상도(SD·풀HD·UHD)에서도 8K TV의 화질은 월등히 우수했다. 타조가 아닌 일반인이 약 2미터 거리에 떨어져서 시청해도 차이가 느껴질 정도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거다.

한종희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 사업부장(사장)은 "디스플레이가 먼저 가야 콘텐츠가 따라온다. 4K 때도 마찬가지였다"고 말했다. 디스플레이 선도업체가 하드웨어를 먼저 내놓고 소비자들이 제품을 구입해야 콘텐츠와 규격이 뒤늦게 따라온다는 설명이다. 실제로도 TV 해상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콘텐츠와 규격이 먼저 만들어진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삼성전자 QLED 8K TV의 가격은 모델에 따라 729만~2590만원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일반인들이 당분간은 구입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간은 우리 편이다. 2~3년만 기다리면 일반인도 구입할 수 있는 100만~200만원대로 떨어질 게 확실하다. 이와 별개로 TV 시장이 대화면(75인치 이상), 고해상도(8K 이상)로 바뀌는 추세인 건 확실해 보인다.

윤진우 한경닷컴 기자 jiinw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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