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세기' 이겨낸 폴란드 3대 가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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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 토카르축 장편소설 '태고의 시간들' 국내 출간
《태고의 시간들》은 1910년부터 1990년대 초반을 배경으로 폴란드 키엘체 인근의 가상 마을 ‘태고’에서 삼대에 걸쳐 살고 있는 니에비에스키 가족들 이야기다. 태고는 폴란드어로 ‘아주 오래된 원시의 시간’을 뜻한다. 어디에도 없지만 어느 곳에도 있을 수 있는, 현실과 허구가 절묘하게 중첩된 공간이자 시공을 초월한 ‘열린공간’이다.책은 ‘~의 시간’이라는 소제목으로 된 조각글 84편으로 구성됐다. 그 주체는 등장인물인 니에비에스키 가족과 이웃들은 물론 동식물, 신(神), 게임, 죽은 자, 사물, 심지어 버섯균까지 다양하다. 장마다 이들의 독립적 이야기가 2~3페이지씩 구성돼 있어 짧은 산문을 보듯 읽기 수월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소설에서 보이는 연대기적 흐름 대신 각 에피소드를 같은 시간과 공간 속에 넣어 서로 긴밀하고 유기적으로 뒤얽히도록 구성했다. 이를 통해 모든 것이 ‘주체’로서 각자 개별적인 삶의 방식과 존재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한다.
유독 여성들 이야기를 작품에 많이 담아낸 저자는 이번 소설에서도 탄생부터 성장, 출산, 늙음, 죽음에 이르기까지 여성의 삶을 자연스럽게 따라간다. 역사엔 기록되지 않았던 그들의 작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여성 개인으로서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찾는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