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vs 트레이더스…창고형 할인점 하남 大戰
입력
수정
지면A2
한 상권서 처음 대결이마트와 코스트코는 그동안 한 상권을 놓고 경쟁하지 않았다. 한때 합작사 ‘프라이스클럽’을 설립했을 정도로 관계가 좋았고, 주력 사업 영역도 대형마트와 창고형 할인점으로 구분돼 있었다. 이런 두 회사가 조만간 경기 하남시에서 맞붙는다. 오는 5월 코스트코가 하남에 국내 16번째 매장을 열기로 하면서 이마트가 운영 중인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와 치열한 상권 쟁탈전이 불가피해졌다. 직선거리로 2.5㎞의 근접전이다.토종·외국계 대표 ‘진검승부’1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스트코는 5월 하남 미사지구에 연면적 5만436㎡(1만5283평), 영업면적 1만7188㎡(5208평) 규모의 매장을 연다. 당초 다음달 열 계획이었으나 인근 상인들의 반발 등으로 일정이 지연됐다.
코스트코 16번째 매장, 5월 하남 미사지구서 개점
트레이더스와 2.5㎞ 거리
코스트코, 입지·상품력 우위…트레이더스, 편의시설 강점
창고형 확장 경쟁
트레이더스 年매출 2조 육박…연평균 20% 이상 고속 성장
매장수 작년 말 기준 15개
홈플러스 '스페셜' 연내 30개로…롯데마트 '빅마켓'도 확장 검토
업계는 코스트코가 하남에서도 성공 사례를 이어갈 수 있을지 주목한다. 하남은 이마트의 ‘텃밭’으로 불린다.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직선으로 약 2.5㎞ 거리엔 국내 최대 복합쇼핑몰 ‘스타필드 하남’이 있다. 개장 1년 만에 약 2500만 명이 다녀갔을 정도로 집객력을 자랑한다. 근처에선 이마트 하남점도 영업 중이다.
스타필드 하남에서도 가장 사람이 몰리는 곳은 지하 2층 트레이더스다. 트레이더스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코스트코를 겨냥해 2010년 첫선을 보였다. 코스트코처럼 상품 구색이 단출한 대신, 대용량 포장 상품을 대형마트보다 15~20% 저렴하게 판매한다. 트레이더스는 코스트코와 달리 유료 회원으로 가입하지 않아도 이용할 수 있다.코스트코는 강력한 충성 고객, 글로벌 상품 조달 능력 등을 앞세워 상권을 공략할 계획이다. 스타필드 하남에 비해 입지가 좋은 편이다. 서울외곽순환도로로 통하는 상일나들목(IC)이 바로 옆이고, 미사강변도시 등 배후 주거타운 규모도 크다.
방어에 나서는 트레이더스는 스타필드와의 시너지 효과가 최대 강점이다. 스타필드는 신세계백화점과 최고급 식재료를 판매하는 PK마켓, 가전 전문점 일렉트로마트 등 다양한 쇼핑 시설을 두루 갖췄다. 여기에 대형 수영장, 찜질방 등 편의 시설도 ‘호텔급’으로 지어놨다.
오프라인 매장 중 유일하게 성장코스트코와 트레이더스 간 ‘하남 대전’은 국내 창고형 할인점 시장의 경쟁 심화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대형마트 매출이 줄거나 정체되면서 대형 유통업체들은 경쟁적으로 창고형 할인점을 확대하고 있다. 온라인 쇼핑 증가로 오프라인 매장이 고전하고 있지만 창고형 할인점은 당분간 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이마트는 기존 대형마트 매출이 늘지 않자 비효율 점포를 지속적으로 구조조정하고 있다. 2016년 147개까지 늘었던 매장 수는 142개로 줄었다.
트레이더스는 반대다. 매장 수와 매출이 모두 큰 폭으로 늘고 있다. 2010년 1호점 이후 작년 말까지 15개 점포를 냈다. 매출은 최근 5년간 연평균 20% 이상 늘었다. 2017년 1조5000억원을 넘어섰고, 작년엔 2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추산된다. 아직 코스트코 연 매출(3조9226억원)의 절반 수준이긴 하지만 증가 속도가 빠르다.
홈플러스는 작년 6월부터 기존 점포를 대대적으로 창고형 매장으로 바꾸고 있다. 코스트코코리아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인 임일순 사장이 주도해 창고형 할인점 ‘홈플러스 스페셜’ 매장을 16개까지 늘렸다. 올해 말까지는 3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빅마켓’이란 이름으로 5개 창고형 할인점을 운영 중인 롯데마트는 사업 확장을 검토하고 있다.갈수록 뚜렷해지는 소비 양극화
창고형 할인점의 확대는 ‘소비 양극화’와 관련이 있다. 명품 등 고가품은 백화점이나 면세점에서, 생필품은 온라인이나 창고형 할인점에서 구입하는 소비 트렌드가 강해지고 있다는 게 유통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가격 면에서 ‘중간’에 끼어 있는 쇼핑몰, 대형마트, 슈퍼 등은 상대적으로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중간은 없어지고 초저가와 프리미엄 두 형태만 남게 될 것”(정용진 부회장, 2019년 신년사)이라는 전망까지 나올 정도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